금융사고 갈수록 대형화…올해 건당 3억원 넘어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8시 52분


3월 S은행 신길동지점장 이모씨(52)가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씨는 공범 윤모씨가 기업체를 인수한다며 이행보증금으로 넘겨받은 1백억원을 예치받은 직후 인출해준 혐의였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3대 금융기관에서 발생하는 횡령 배임 금품수수 임의매매 등 금융사고 건수와 액수가 96년 이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당 사고금액이 대규모화해 금융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에 휩싸인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한탕주의 의식’이 은연중에 발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의원이 96년 이후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의 각종 금융사고 건수와 금액을 집계한 결과 20일 밝혀졌다.

은행의 금융사고는 △96년 92건 1백7억원 △97년 1백5건 2백15억원 △98년 1∼8월 93건 2백94억원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홈뱅킹과 펌뱅킹 등 전자금융거래의 확산에 따라 예전에 없었던 전자금융사고도 2건(26억원)이 발생했다.

건당 사고금액은 △96년 1억1천6백여만원 △97년 2억4백여만원 △98년 3억1천6백여만원으로 해마다 1억원 정도씩 늘어 사고가 대형화하는 양상이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의 금융사고는 횡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증가한 불안심리가 금융범죄의 한 원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감원은 최근 동화 동남 대동 경기 충청은행 등 5개 퇴출은행의 임직원 36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부실경영과 금융범죄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급격한 금융구조조정으로 금융기관 임직원들 사이에 ‘이래도 나가고 저래도 나간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금융사고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들어 8월까지 15건 1백68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증권업계에서도 사고 건수가 늘고 건당 사고금액이 대형화하는 추세. 96년 이후 사고건수의 80%가 횡령이었다.

은감원 송준채(宋準彩) 검사통할국장은 “고객들은 비밀번호의 노출을 막는 등 최소한의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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