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외화빼돌리기 전말]스위스 은닉자금 첫 적발

입력 1998-07-13 19:18수정 2009-09-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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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그룹의 외화도피사건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적발된 재벌의 재산 해외도피 첫 사례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의 실체와 국제적인 돈세탁 과정을 처음으로 파헤쳤다. 또 국제거래에서 4천∼6천달러의 ‘헐값’에 매매되면서 비자금 조성과 비밀계좌 개설에 이용되는 서류상의 유령회사인 ‘페이퍼컴퍼니’의 실체도 상당부분 밝혀냈다.

한보그룹은 러시아 이르쿠츠크지역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참여할 목적으로 96년 2월 ㈜동아시아가스를 설립했다.

이 투자는 대성공이었다. 이루쿠츠크가스전의 매장량이 6억t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루시아의 자산가치가 3배 이상 뛴 것.

그러나 한보그룹은 96년 1월 한보사태로 그룹 전체가 파산하고 알짜인 동아시아가스 지분도 국세청에 압류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한근(鄭瀚根)부회장은 비밀리에 임종인(林鍾仁)부장 등을 러시아로 보내 루시아 주식 9백만주(20%)를 제삼의 러시아회사에 매각했다. 매각과정에서 임부장 등 실무진은 러시아측 대리인인 미국 투자자문회사 ‘르네상스 캐피털’과 협의, 루시아 주식을 면세지역인 키프로스 국적의 페이퍼컴퍼니에 실제 매매대금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판 것처럼 허위로 계약서를 꾸몄다.

정부회장 등은 이같은 수법으로 국제적인 돈세탁 과정을 거쳐 고스란히 은닉자산으로 빼돌렸다.정부회장은 루시아의 자산가치가 계속 올라가자 남은 주식 7.5%를 지키기 위해 은닉재산을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위장, 국내에 몰래 들여와 동아시아가스 증자에 참여하는 수법으로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다.

검찰은 다른 재벌들도 비슷한 수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숨겼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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