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메가톤급 「정리해고 태풍」온다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8분


대규모 정리해고의 회오리가 대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최근 해고의 특징은 사무직과 생산직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무직의 경우 이미 ‘소리소문없이’ 엄청난 규모로 진행돼 기업마다 수백명 수천명 단위로 정리가 되고 있으며 생산직은 노조의 반발때문에 주춤한 상태.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최근 정리해고 인원을 노동부에 정식 신고함에따라 다른 대기업에서도 본격적인 해고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대대적인 정리해고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대규모 정리해고 신호탄될 현대자동차〓노동계에서는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계획서 제출을 ‘대기업 정리해고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여유인력 8천1백98명중 4∼6월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3천3백여명을 제외한 4천8백40명을 해고할 계획.

이같은 규모는 지금까지 실시된 정리해고와는 비교가 안되는 메가톤급. 노동부에 따르면 5일 현재 정리해고 계획을 신고해 온 기업은 51곳에 대상인원은 6천6백29명. 한 기업체 평균 1백명 정도다.

종업원 1천명 이상인 대기업은 세진컴퓨터랜드가 유일했다. 대기업들이 그룹의 이미지와 노조의 반발, 정부의 눈치를 의식해 해고를 자제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대기업들도 더 이상 정리해고를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정리해고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다른 계열사로도 확산될 움직임이다. 현대자동차써비스는 2만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10일까지 접수하고 있다. 올초부터 인원정리설이 나돈 이 회사는 5월말 사장 명의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을 노조에 보내 사실상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했다.

한국프랜지도 5월중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1백44명을 추가로 정리해고할 뜻을 밝혀 노조와 대립중이다.

현대노조협의회측은 “회사측이 계열사마다 40% 가량 잉여인력설을 흘리고 있어 곧 대대적인 정리해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도 ‘조용히’ 준비중〓다른 그룹들은 현대처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당 규모의 정리해고를 준비중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별로 올 하반기에 전체 임원 1천2백명중 15∼20%를 감원할 계획이다.

삼성은 사업부서 가운데 경쟁력이 없는 부문을 과감히 통폐합하는 방법으로 임원수를 줄이는 작업을 준비중. 삼성은 전체 인원 18만명의 20∼30%를 감원하되 이에 따른 충격과 임직원 동요를 우려해 올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LG그룹측은 LG오웬스코닝 LG전자부품 등 1차 퇴출 대상으로 지정된 계열사의 경우 직원 전원의 고용 승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언급.

기아자동차도 4천여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대우자동차도 월급을 5∼15% 삭감한 데 이어 상당 규모의 인력감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많은 대기업들이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진행과정을 지켜본 뒤 일제히 정리해고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기업들〓기업들은 그러나 아직은 노골적인 정리해고 방식을 취하는 것엔 조심스러운 분위기. 우회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형식을 활용하고 있다.

㈜SK는 최근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향후에는 무급장기휴가 무보직 정리해고밖에 없다”고 설득해 5백명 이상이 나갔다.

LG전자내에 있던 통신기기 PDA사업 부문의 경우 1일자로 LG정보통신으로 넘어갔으나 아직 관리직 기능직에 대한 인사 이동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회사측은 이에 대해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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