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바뀌자 「新용비어천가」요란…TV등 태도돌변 DJ예찬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를 미화한 「신(新)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여기저기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김당선자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이모씨(27·회사원·서울 성북구 종암동)는 『당선 확정 이후 TV에서 수시로 방영되는 김당선자의 일대기를 보고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마치 신화(神話)속의 영웅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는 것. 수차례의 죽을 고비와 6년간의 투옥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반독재투쟁과 민주화 열정…. 사형선고를 받고도 냉정을 잃지않고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애국심 등 TV속의 김당선자는 완전무결한 「불굴의 민주투사」요, 「민족의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지적. 이씨는 『당선자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것은 당연하나 87년 대선 당시 야권단일화 실패, 정계은퇴 번복 등 김당선자가 스스로 인정했던 잘못이나 오류 등에 대한 지적은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김당선자에 대한 갑작스런 「예찬」은 공무원사회도 마찬가지. 직 간접적으로 「반DJ정서」를 내보였던 공무원 가운데 일부는 갑자기 호남지역과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거나 김당선자의 저서를 붙잡고 때아닌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기도 하다. 변화보다 안정을 강조하던 친여(親與)성향의 몇몇 대학교수는 평소와 달리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일절 거부한 채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김당선자 관련서적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평소 하루 4, 5권 팔리던 김당선자의 자서전 「나의 삶 나의 길」이 당선이 확정된 19일에는 13권이나 팔렸다. 「대중참여 경제론」 등 김당선자 경제저서 판매량도 2∼5배가량 늘었다. 때맞춰 PC통신에는 언론 공무원 등 각계 각층에서 보여지는 「해바라기근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이텔의 한 네티즌은 일부 방송국을 겨냥해 『언제부터 김당선자를 그렇게 알고자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비난을 퍼부었다. 〈신치영·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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