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열린 국가기강확립 실무협의회에서 『장차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70여명에 대해 비리를 내사중에 있다』고 밝힌 것은 공직사회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한보사건과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사건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권위가 흔들리는 틈을 타 공직사회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있는 것을 추스르고 특히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가 정치권의 풍향에 흔들리는 것을 미리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와 함께 현철씨에 대한 검찰수사의 마무리국면에 때맞춘 「국면전환용」이란 풀이도 있다.
정부가 고위공직자를 사정대상으로 잡은 것은 한보사건과 현철씨 비리수사를 계기로 하위공직자사회에서 「문제는 고위층에서 일으키면서 일선 공무원만 괴롭힌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작년말 이후 각종 비리사건을 통해 취임초의 「윗물 맑기운동」을 통해 고위층의 부정부패가 상당히 척결됐다는 판단이 빗나갔음이 입증됐다』며 『김대통령도 연말 이후 이같은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집중사정 방침에는 내각을 포함, 공직사회가 한보사태의 와중에서 「일손을 놓고 있다」는 청와대측의 불만도 깔려 있다.
그러나 정작 공직사회에서는 당국의 이같은 발표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을 포함, 핵심측근들이 줄줄이 비리로 구속돼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고 아직 그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마무리되지 않은 판에 공직자에게 사정의 칼날을 겨누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