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따사로운 지난달말 어느날 오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 중심가에 있는 독일자동차클럽(ADAC)에서는 노인 10여명이 모여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날의 교육주제는 뜻밖에도 올바른 운전요령이나 운전법규 같은 딱딱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보행방법」이었다.
노인들이 길을 건너는 모습을 강사가 비디오 화면으로 보여주고 간단한 설명을 붙이고 나면 참석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토론을 시작한다.
『신호등이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신호 중간에는 길을 건너지 않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옷 색깔이 너무 어두워 저녁때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가능한한 밝은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이 좋겠다』
노인들이 얘기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저마다 백화제방 식으로 한마디씩 하고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을 하다 보면 교육시간은 금방 끝나버린다.
독일에서는 해마다 12만명 이상의 고령자들이 이같은 교육을 받는다.
이 교육과정이 시작된 것은 지난 84년.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노인 교통사고가 큰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이 계기였다.
독일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15%를 차지할 뿐이지만 이들은 보행중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사람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바꾸어 말하면 독일의 경우 65세 이상 연령층이 보행중 사고를 당할 확률은 65세 미만 연령층보다 4.6배나 높다는 얘기다. 복지천국인 독일에서 이럴 지경이니 노인 교통사고 문제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ADAC의 교통사고담당자인 헤르 비자는 『고령자 교통사고의 80% 이상은 고령자들이 속도감 측정을 못하거나 판단을 잘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숱한 경험과 실제 조사결과를 놓고 볼 때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반복적인 교육뿐』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교통사고에 관한한 독일에 비해 몇발 앞서가는 선진국이다.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교육을 활발하게 실시하는 점은 독일과 다를 바 없지만 스웨덴의 경우 특히 모든 교통법규나 관행이 보행자 우선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어 고령자들이 사고를 당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스톡홀름시 교통 부동산담당 부시장을 지낸 스톡홀름교통안전연합회 칼 에릭 스톨만회장은 『스톡홀름시 1백50만명 인구중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20명 정도』라며 『이중 65세 이상은 아마도 한두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톨만회장은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횡단보도 등을 설계할 때 고령자들이 길을 건너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 신호등 점멸시간을 결정하고 있으며 최근 노인단체 등의 건의에 따라 신호등 점멸시간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스웨덴 정부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자가 기다리고 있으면 자동차가 무조건 정지하도록 권장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를 법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있는데도 그냥 지나치거나 다른 차선의 앞차가 서있는데도 정지하지 않는 운전자는 면허를 박탈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뼈대다. 스웨덴에서 대낮에도 모든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다니게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헤드라이트를 켜기 이전보다 교통사고가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스톡홀름〓천광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