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검찰 수사]「한보→은행→政街」추적

  • 입력 1997년 1월 27일 20시 34분


검찰은 27일 한보철강 특혜대출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착수를 공식 발표하고 본격수사를 위한 정보수집과 수사계획을 짜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검찰청 수뇌부는 이미 지난 25일 朴相吉(박상길)중수부2과장에게 수사에 착수할 경우 어떻게 수사를 벌여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수사계획을 짜놓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5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자금이 집중 지원된 경위 △자금지원과정에서의 외부인사 청탁 및 외압여부 △무리한 어음남발과 같은 부도비리 △鄭泰守(정태수)총회장 일가의 개인비리 등 여러 갈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중 이미 드러난 현행법 위반부분을 조사하면서 단계적으로 수사의 강도를 높여나가는 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정 관 금융계가 얽히고 설킨 이번 의혹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수사의 완급조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단계로 신용관리기금과 은행측이 고발했거나 고발할 예정인 △한보상호신용금고의 「출자자 대출금지」규정위반부분(상호신용금고법위반)△당좌수표의 부도부분(부정수표단속법위반)에 검찰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어음의 부도부분도 수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어음부도의 경우 부도를 예견하고도 융통어음을 남발한 사실이 인정될 때는 남을 속여 재물을 가로챈것으로간주돼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지난 94년 덕산그룹 부도사건과 張玲子(장영자)씨 어음부도사건도 모두 어음남발에 대해 사기죄가 적용됐었다. 검찰은 이어 2단계로 특혜대출 및 대출과정에서의 외압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전면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혹사건의 핵심부분으로 제기되고 있는 △5조원에 달하는 거액이 한보측에지원된경위△대출과정에서의 은행비리 △권력핵심인사와 같은 외부인사의 압력여부 등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 94년 이후 갑자기 집중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진데 대해 가장 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94, 95년 사이에 무려 8천억원을 지원했던 당시 李喆洙(이철수)제일은행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보그룹에 대출을 해준 전현직 시중은행장들이 『은행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곳에서 대출압력이 들어왔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은행장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외압의 실체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가 이같은 단계로 진행될 경우 수사대상은 한보그룹→금융권→정치권 순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이 두 단계를 병행해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 의혹이 부도과정에서의 불법행위부분보다는 금융권의 거액자금 지원경위에 쏠려있는 만큼 의혹의 조기해소 차원에서 대출비리부터 정면돌파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金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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