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려자 3백여명 「인권선언」발표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비록 사회에서 버림받고 아무렇게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도 엄연한 인간입니다』 성탄절인 25일 오전11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오병이어(五餠二魚)」거리내 쌍굴다리 밑. 청량리역 주변에서 떠도는 행려자 무의탁노인 등 3백여명이 모여 「성탄축하 거리예배」를 가진 뒤 헌법에 명시된 「인간답게 살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곳은 예수가 수천명의 군중들을 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배불리 먹인 기적(오병이어 기적)을 본받아 기독교 사회봉사단체인 「다일공동체」가 행려자 무의탁노인들에게 매일 무료점심을 제공해온 곳. 행려자들은 이날 崔一道(최일도·다일공동체 대표)목사가 대신 낭독한 「행려자 인권선언서」를 통해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인간대접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겨울에 거리를 떠돌다 얼어죽는 행려자들이 전국적으로 2천명이 넘는다』며 『정부에서 갱생원 등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곳은 우리를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감금하고 억압하는 죽음의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려자복지법을 강화해 무료숙소와 무료식당을 설치하고 사망시 화장 또는 매장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날 예배를 인도한 최목사는 『사람들이 거리의 네온사인속에서 성탄절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이땅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거리에서 병들어 숨져가고 있다』며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洪性哲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