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연고 기업형 ‘내고향축구단’
北선수단으론 8년 만의 南방문
20일 亞 챔스리그 남북 4강전
숙소 분리 요청해 南 접촉 최소화
인천공항 통해 입국한 北 여자축구단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단이 17일 굳은 표정으로 앞만 보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을 지나가고 있다. 이들을 환영하는 시민단체들이 인사를 건넸지만 선수단은 눈길을 주지 않고 1분여 만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내고향여자축구단을 환영합니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단이 17일 오후 2시 52분경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자주통일평화연대, 인천이북실향민도움회 등 민간단체 관계자 40여 명이 환영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와 관계자 등 35명은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한 채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1분여 만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오래간만의 방문인데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했다.
이날 도착한 선수단 규모는 현철윤 단장과 리유일 감독 등 스태프 12명과 선수 23명 등 총 35명이다. 당초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전달된 명단에는 예비 선수 4명을 추가해 총 39명이 있었으나 이날 최종적으로 35명만 한국에 왔다. 짙은 감색 정장을 맞춰 입은 선수단은 전원 상의 재킷 왼쪽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초상휘장을 달고 있었다.
일부 선수들은 여권을 쥔 모습도 포착됐다. 남북교류협력법상 북한 주민은 방문증명서를 통해 입국하지만 최근 북한이 강조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특히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남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을 상대로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을 치르고 승리할 경우 23일 멜버른시티(호주)-도쿄 베르디벨레자(일본) 경기 승자와 결승을 치른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북한 담배·식품 국영기업인 ‘내고향’의 후원을 받으며 평양에 연고를 둔 기업형 체육단이다. 리유일 전 북한 여자국가대표팀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으며 2024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과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북한 우승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팀에 대거 포진해 있다. 2025년 11월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이번 대회 조별 리그에서 수원FC 위민을 3 대 0으로 꺾은 바 있다.
7년 5개월 만의 방남이지만 북한 선수단은 경기 등 공식 일정 외에 외부 노출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당초 북한 선수단은 4강 상대인 수원FC 위민과 같은 호텔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AFC 측 요청으로 단독으로 숙소를 사용한다. 북한 측이 AFC에 선수단 숙소 분리에 대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4강전 하루 전인 19일에는 내고향여자축구단 등 4강 출전팀이 참여하는 공식 훈련 및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북한이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발표한 뒤 처음 이뤄진 북한 선수단의 방남은 ‘남북 교류’가 아닌 ‘국제대회 참가’ 자체에 목적을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5억 원)에 이르고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이번 북한 선수단 스태프도 실무진 중심으로 구성됐고 고위 당국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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