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 ‘장동혁의 국힘’ 바닥 아직 멀었다

  • 동아일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 뒤 오랜 모임 하나를 끊었다. 한달에 한번 전문가와 공부하고 온라인으로 시사이슈를 나누는 모임인데, 계엄 옹호-탄핵 반대를 외치는 일부의 열정이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국민의힘도 신경 끊었다. 그 당 대표 장동혁은 3일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란 메시지를 냈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 선포문을 한마디로 줄인, ‘내가 윤석열이다’ 같은 소리다.

● 딴 세상에 사는 국힘 지지층-보수-TK
지난달 25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모여 있다. 구미=뉴시스
지난달 25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모여 있다. 구미=뉴시스
국힘 전 대표 한동훈과 몇몇 의원들은 사과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107명 국힘 의원 중 절반이 넘는 65명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민 인식과는 딴판이다. 18세 이상 유권자의 63%가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본다는 게 최근 조사다(중앙일보 의뢰 한국갤럽 여론조사).

1년 전도 비슷했다. 계엄 직후 갤럽에 따르면, 71%가 내란죄로 봤다. 국힘과 보수층은 달랐다. 국힘 지지층의 68%, 보수층의 51%가 “내란 아니다” 응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94%)은 물론 중도층(78%)과 무당층(72%)도 “내란”이라는데 딴 세상에 살고 있었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에 대한 견해도 달랐다. 4월 갤럽 조사에서 69%가 “잘된 판결”이랬는데 국힘 지지층은 24%만, 보수층은 39%만 잘됐다고 했다. TK도 절반만, 전국에서 제일 낮은 비중이 잘됐다는 응답이다. 그러니 당심 80%+민심 20% 경선에서 뽑힌 당 대표 장동혁이 비상계엄 잘못을 사과할 리 없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다. 대체 국힘 지지층과 보수, TK는 왜 다른 사람들과 그리 다른 것일까.

● 누가 계엄 옹호-탄핵 반대를 외치는가
10월 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보수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다. 뉴시스
10월 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보수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다. 뉴시스
나같은 궁금증을 가진 학자가 있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정연경이 ‘누가 계엄을 옹호하는가? 한국 유권자의 민주주의 규범 위반에 대한 정치적 태도 분석’ 논문을 최근 한국정당학회보에 발표했다.

간단히 줄이면, 권위주의적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애착이 클수록 그의 반민주적 행위를 더 용인하고 처벌에는 관대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쉽게 말해 TK처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클수록 윤석열을 두둔한다고 볼 수 있다(또 다른 논문에선 연령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권위주의를 지지하는 비중이 2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난다. 회사나 주변에서 보면 넷 중 하나가 이런 성향인 것 같다).

국힘 지지자일수록, 정치기관 신뢰도가 적을수록, 정치지식 수준이 낮을수록 계엄을 긍정적으로, 탄핵을 부정적으로 봤다. 정서적 양극화도 크게 작용했다. ‘그들 정당’이 너무 싫어 미우나고우나 ‘우리 정당’이라는 식이다(좌우 막론하고 정치인과 극단 유튜브가 이런 성향을 부추긴다). 보수 중에서도 ‘부정선거론’을 수용하는 ‘체제 불신 보수’가, 외롭고 강박증을 지닌 사람일수록 계엄에 우호적 태도를 보인다는 논문까지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 박근혜 탄핵 때는 4년이상 추락했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뒤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당시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아일보 DB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뒤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당시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아일보 DB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이성적으론 비상계엄이 옳지 않다고 판단해도 탄핵까지 가면 감정적으론 흔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전 그 모임도 윤석열-김건희는 밉지만 그렇다고 탄핵이 옳으냐, 이재명-민주당에 정권을 바치는 게 좋으냐는 말이 나오면, 감정 상하지 않곤 말리기 힘들었다(그러나 그 문제만 빼면 다들 일상을 사는 보통사람 맞다).

이성은 가까이 있지 않다. 나도 내 마음대로 안 돼 가슴을 치는 판이다. 인간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와 다른 인식을 지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로 했다(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보수의 인간관이다).

그들이 조용히 있기를 바라지만 입을 막을 순 없다. 내가 싫어한다고 그들을 없앨 수도 없다. 싫어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게 우리나라다(오해 말기 바란다. 윤석열-김건희를 V1-V0로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계엄과 탄핵에 대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위법적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점진적 변화를 바라면서).

다만 그들은 국힘 지지층이나 보수 중에서도 일부다. 장동혁의 국힘이 이들만 바라본다면, 내년 지방선거부터 줄줄이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다.

● 보수정당 선거 승리를 원한다면, 바꿔라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생중계 뉴스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생중계 뉴스를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AP 뉴시스
다른 대표가 나온대도 자유한국당 황교안처럼 반동으로 달릴 경우 2028년 총선도, 2030년 대선도 절망적이다. 그리 오래 갈 것같으냐고?

박근혜 탄핵 때는 2021년, 4년 만에 비상대책위원장 전문 김종인이 국힘의 서울-부산시장 승리를 몰고 왔다. 그러나 기실은 민주당 성추행 때문에 치른 선거여서 거저 얻은 승리나 마찬가지다. 웰빙 체질 개혁 없이 대선 때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 윤석열을 업둥이 후보로 모셔온 결과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다. 선거승리와 집권을 원한다면 더 많은 유권자 특히 중도층을 향해 당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인간이기에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누군가 홀로 잘났다고 인간개조-사회개조까지 외치고 나서면, 불안하다(자칭 진보적 세력이 이런다). 단지 계엄 옹호-탄핵 반대 견해를 가졌다고 그런 생각도 못하게 하는 것, 표현을 금지하고 심지어 처벌하는 것, 그게 독재이고 전체주의다. ‘국민주권정부’가 그래서 무섭다.
#12·3 비상계엄#국민의힘#장동혁#윤석열#한동훈#박근혜#황교안#탄핵#보수층#중도층#TK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