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 유지
국제유가 하락따라 내려야 하지만
물가안정-소비억제 사이 출구 고심
LPG 부탄 유류세 인하폭 10 → 25%
2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L당 2000원을 훌쩍 넘어선 기름값이 표시돼 있다. 이날 정부는 24일부터 시행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부가 24일부터 적용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하락세를 반영하면 인하 여력이 충분했지만, 수요 관리 필요성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2차 최고가격을 1차보다 휘발유, 경유, 등유 모두 L당 210원씩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최고가격을 동결해왔다. ● 2000원 안팎 기름값, 2주간 더 유지될 듯
23일 산업통상부는 24일 0시부터 정유사가 공급하는 석유 제품에 적용될 4차 최고가격을 L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은 아시아 시장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MOPS)의 최근 변동률을 반영해 산정된다. 최근 2주간 MOPS 가격은 휘발유 8%, 경유 14%, 등유 2% 하락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률만을 적용할 경우 4차 최고가격은 3차 때보다 휘발유는 L당 약 100원, 경유는 L당 약 200원 떨어져야 한다.
남경모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최고가 동결에 대해 “그간 3번의 최고가격 결정 과정에서 국제 석유제품 가격 인상분을 덜 반영한 점과 물가 및 석유 소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국제유가 변동 폭을 고려하면 가격 인하 여력이 있었지만, 최고가격을 동결하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주간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현재 수준에서 큰 인상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수준의 최고가격이 적용될 경우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L당 2000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005.76원으로 집계됐다. 중동 전쟁 직전인 올해 2월 27일(L당 1692.58원)과 비교하면 18.5%가량 올랐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가 아예 없었다면 현재 주유소 판매가격은 L당 휘발유 2200원, 경유는 2700∼2800원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발표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 조치가 소비자물가를 최대 0.8%포인트 낮췄다”며 “소비 위축도 관측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출구 전략’ 고심… 부탄 유류세 인하율 확대
최고가격제 시행 40일을 넘어서면서 종료 시점을 놓고 정부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물가 인상 억제 효과는 분명하지만, 재정 부담 확대와 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산업부 측은 “현재로서는 중동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하고 국제유가도 고유가 상황이기 때문에 최고가격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이 진전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됐다고 판단될 경우 모든 것을 고려해 폐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인 부탄의 유류세 인하율을 늘리기로 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이달 프로판과 부탄 등 국제 LPG 가격이 전월 대비 37∼48%가량 올라 다음 달부터 국내 LPG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부탄의 유류세 인하율은 10%인데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25%로 확대한다. 이를 통해 부탄 가격이 지금보다 L당 31원 더 낮아진다. 부탄은 택시, 장애인 차량, 소형 트럭 등에 주로 쓰인다. 프로판에 대한 유류세는 지금도 30% 낮춘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7%, 10%에서 각각 15%, 25%로 확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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