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진당 후신, 민주에 “지역구 15곳 달라”… 김재연 등 출마 채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7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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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비례연합정당 협상 과정서 전주을-창원성산 등 후보양보 요구
‘준연동형’ 업고 대거 원내진입 노려
민주당 “경쟁력 조사로 결정” 입장…정치권 “꼼수 민주, 제 발등 찍은꼴”

野4당 등 정책토론회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정책 과제 
야4당·시민회의 공동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녹색정의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시민단체 연합정치시민회의 
소속 인사들이 모여 정치개혁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뉴스1
野4당 등 정책토론회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정책 과제 야4당·시민회의 공동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녹색정의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시민단체 연합정치시민회의 소속 인사들이 모여 정치개혁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뉴스1
진보당이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전국 최소 15개 지역구를 자당 몫으로 양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은 내란음모 혐의로 복역한 이석기 전 의원이 주축이 된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후신이다. 이를 두고 자력으로는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진보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의 야권 단일화를 이용해 대거 원내 진입을 노리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에도 꼼수 위성정당을 띄워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던 민주당이 결국 제 발등 찍은 꼴”이라고 했다. 정작 원내 주요 협상 대상이었던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 참여를 둘러싼 내홍으로 결정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 진보당 “지역구 최소 15곳 달라”…83곳서 출마 준비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역 의원이 1석(강성희 의원)뿐인 진보당은 이달 13일부터 이어진 민주당과의 범야권 비례정당 협상 과정에서 최소 15개 지역구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진보당 후보가 없는 세종시와 제주도를 제외하고 15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지역구 1곳씩에 후보를 양보하라는 것이다. 진보당은 지난해 4월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양보를 받아 강성희 의원을 당선시켰다.

야권 비례정당 실무 협상에 참여 중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특히 진보당이 강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전북 전주을을 비롯해 노동자 지지세가 강한 경남 창원 성산, 울산 북 등을 양보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보당 관계자는 “민주당과 협상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보당은 이미 올해 총선 목표가 “단독 법안 발의가 가능한 10석 이상, 최대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2년 11월부터 지역구 후보자 공고를 내고 이날까지 총 83명의 지역구 출마자를 확보한 상태다.

진보당 후보 중에는 과거 통진당 소속이었던 김재연(경기 의정부을), 이상규(서울 관악을) 전 의원도 포함됐다.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통진당이 전국적 범야권 단일화에 나섰던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돼 원내에 입성했으나,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통진당이 해산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진보당뿐 아니라 기본소득당이 주축이 된 새진보연합도 민주당에 지역구 의석을 요구하고 있다. 새진보연합은 협상 과정에서 지역구 후보자 배분을 위한 별도의 여론조사는 하되,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문항을 넣어 조사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같은 소수 정당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자력으로는 지역구 선거에서 한 석도 얻을까 말까 한 소수 정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차츰 이견을 좁혀 나가겠지만 지나친 요구가 이어진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전체 지역구 253곳에서 여론조사 경쟁력을 기준으로 단일 후보를 정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민주당이 21대 총선 때 이미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 등 각종 군소 정당과의 위성정당 협상 과정에서 최종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녹색정의당, 내부 갈등 속 참여 불투명


원내 6석 정당으로 야권 통합 비례정당 구성에서 상징성이 큰 녹색정의당은 내부 이견으로 아직까지 위성정당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비례정당 합류에 찬성하는 배진교 전 원내대표와 참여에 반대하는 장혜영 의원 및 녹색당계 당원들 간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녹색정의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민주당은 16일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 온라인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실무 작업에는 속도를 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창당을 위해 개문발차하는 차원”이라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때까지 비례정당에 참여하는 소수 정당과 함께 당명이나 대표자 등을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0일 민주개혁진보연합의 시·도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28일이나 다음 달 3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계획이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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