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UAE 탈퇴, OPEC 역사상 가장 큰 타격…존속 가능성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9일 11시 51분


지난달 1일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의 원유 시설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 AP 뉴시스
지난달 1일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의 원유 시설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 AP 뉴시스
원유 생산량 세계 7위 수준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국제 석유 시장의 권력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8일(현지 시간) UAE의 OPEC 탈퇴 결정을 두고 “이란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주요 산유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며 “카르텔에 큰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OPEC 내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인 UAE의 갑작스러운 탈퇴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최대 4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내부 분열과 미국의 석유 생산 증가로 이미 약화된 조직을 더욱 흔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UAE는 그동안 OPEC의 생산 쿼터에 불만을 제기하며 증산을 요구해 왔다. 지역 패권 경쟁 속에서 이웃이자 때로 군사 협력 파트너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악화되면서 더 이상 생산 제한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이번 탈퇴로 UAE는 기존 아랍 중심 블록과의 관계를 약화 시키고, 미국과의 정렬을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걸프 지역 OPEC 대표들은 UAE의 탈퇴가 단순히 조직의 시장 관리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우디 주도 구조에 불만을 가진 다른 회원국들의 추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UAE의 탈퇴로 OPEC 전체 생산 능력의 약 13%가 빠지게 된다. UAE는 사우디와 함께 실질적인 여유 생산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로, 이는 OPEC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수단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외교·안보 전략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아부다비 아나와르 가르가시 외교 아카데미 학장 에릭 알터는 “OPEC 탈퇴 결정은 동맹과 관련해 독자 노선을 추구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했다.

미국 셰일오일 등장 이후 OPEC의 시장 영향력은 크게 약화된 바 있으며, 이후 러시아와 협력(OPEC+)을 통해 점유율과 가격 통제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OPEC 내부에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시장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전쟁 동안 UAE는 이란의 보복 공격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였다. UAE 내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방어를 도왔지만, 아랍 국가들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걸프 전문가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은 “이번 전쟁은 기존 관계들이 위기 상황에서 충분한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강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쟁은 UAE의 경제 모델에도 충격을 줬다. 안전한 중동 허브라는 이미지에 기반한 관광 수입이 급감하고, 항공편 차질과 외국인 이탈로 경제 타격이 커지면서 석유 수익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현재 UAE의 생산 능력은 하루 480만 배럴이다. OPEC 쿼터 하에서는 약 34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OPEC 탈퇴로 UAE는 자체 판단에 따라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게 됐다. UAE는 세계에서 생산 비용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로, 다른 걸프 국가보다 낮은 유가에서도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또한 독자 노선은 수출 경로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파이프라인 구축에 집중해 해상 봉쇄나 이란의 위협에 영향을 받지 않고도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OPEC 관계자들은 이번 전쟁이 탈퇴를 가속했지만, UAE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직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주요 산유국이 OPEC을 탈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동안은 카타르·앙골라·에콰도르 등 비교적 소규모 산유국들만 탈퇴한 바 있다.

상품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의 호마윤 팔락샤히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OPEC 역사상 가장 큰 타격”이라며 “OPEC의 존속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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