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 불발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켰습니다. 지난해 불거진 회계 처리 위반 사태로 불거진 IPO 연기 이슈가 결과적으로 모회사인 SK㈜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고 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중복 상장 규제를 피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와 SK에코플랜트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재무적투자자(FI) 7곳이 보유한 1조 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되사오기로 결의했습니다. 2022년 8000억 원을 유치하며 올해 7월까지 상장하겠다는 약속이 불발되자 조기 상환에 나선 것입니다. 당초 FI들은 상장 무산 책임을 물어 12%의 수익률을 요구했으나, 7.5% 선에서 합의하며 최대 4.5%포인트의 비용 부담을 덜어냈습니다.
상장 좌절의 결정적 단초는 지난해 불거진 회계 처리 위반이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SK에코플랜트가 미국 자회사의 매출을 과대 계상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국거래소 가이드라인상 최근 3개 사업연도 내 회계감리 결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경우 상장 거부 사유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뼈아픈 회계 실책은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현 정부 들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엄격해진 ‘모자기업 중복 상장’ 비판을 빗겨 가게 됐고, 억지로 상장을 추진해야 할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알짜 SK에코플랜트의 성장 과실을 SK그룹이 온전히 독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SK㈜가 40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보통주와 우선주 일부를 매입하고, SK에코플랜트가 남은 우선주를 자사주 형태로 거둬들입니다. 이에 따라 SK㈜의 지분율은 기존 60%대에서 70%대로 뛰면서 지배력이 한층 단단해졌습니다.
경영 실적 반등 시점도 절묘합니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특화된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증설 수주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잠재 부실을 장부에서 털어내는 ‘빅 배스(부실 털어내기)’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올해 실적 상승의 기폭제가 될 전망입니다. 상장의 발목을 잡았던 회계 이슈가, 결과적으로는 지배력을 높이고 알짜 수익을 지켜내는 한 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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