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냐 ‘부’냐 논란에 개표만 84분…친명 “그 의원, 제발로 나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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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가 진행됐지만 부결됐다. 하지만 투표수에서는 가결이 1표 더 많았다. 이 대표가 본회의장을 나와 입장을 밝힌 뒤 국회를 떠났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무효표 논란으로 개표에만 84분이 걸리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개표 과정에서 ‘우’나 ‘무’ 또는 ‘부’로 읽히는 흘려 쓴 글자가 표기된 용지와, 무엇을 썼는지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투표용지가 각각 1장씩 발견되자 여야가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나 중립 성향 의원들이 이 대표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나 경고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글자를 잘못 쓴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시 18분 투표 종료와 개표 시작을 알렸다. 이후 문제의 투표용지 2장이 발견되자 개표가 지연됐다. 여야 의원들은 감표위원들 주위를 둘러싸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국회 본회의 표결 때 투표용지에는 한글이나 한자로 찬성을 뜻하는 ‘가(可)’ 또는 반대를 뜻하는 ‘부(否)’를 표기하게 돼 있다. 다른 글자를 적거나 마침표를 찍어도 무효표로 처리된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두 표 다 무효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의원은 “받아쓰기도 아니고 보고 쓰기인데 그걸 못 썼으면 무효”라면서 “다 무효로 하는 게 맞다.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결 직전 국회 의사국에서 표결 방법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반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를 뜻하는 ‘부’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무효표를 전광판에 띄워 달라”고 하자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네가 뭔데 띄우라 말라 하느냐”고 고함을 쳤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 개표 과정 중 감표위원들이 무효표 여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23.2.27 뉴스1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 개표 과정 중 감표위원들이 무효표 여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23.2.27 뉴스1

여야 의원들 간 서로를 향한 반말과 고성이 이어지자 결국 김진표 국회의장이 “품격을 지켜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오후 3시 56분경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단상으로 불렀다. 김 의장은 “개표 과정에서 ‘부’인지 무효표인지를 판가름하기 힘든 중간 영역의 표가 두 장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여야 원내대표 협의를 거친 뒤 김 의장은 오후 4시 42분경 “(흘려 쓴) 한 표는 부결로 보는 게 맞고, (식별 불가능한) 한 표는 가부를 쓰지 않아서 무효로 봐야 한다. 의장 책임하에 그렇게 판단해서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다”면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발표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페이스북에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인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 나가 집으로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올렸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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