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버전에 맞는 새로운 심상정 필요해”[이진구 기자의 對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8일 1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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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정치가 다양해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 정치에서 거대 양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존재감은 작은 편이다. 대부분 선거 때마다 명멸을 거듭하고, 그 중 오래됐다는 정의당도 대선후보 지지율이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강민진(26) 청년정의당 대표는 “거대 양당 체제가 워낙 공고한데다, 국민들이 심상정 후보를 궁금해 하지 않다보니 지지율이 정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정의당은 정의당 내 35세 미만의 당원들로 구성된 당 내 당이다.

―국민들이 왜 심 후보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말해 국민들이 심 후보에 대한 거의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늘 해왔던 얘기를 똑같이 반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런 얘기해도 되나?) “청년정의당을 만든 이유가 그런 말을 자유롭게 하라는 건데…. 그래서 지금 심 후보와 정의당에는 의외성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의 정체성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다른 길로 가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을 하네?’ ‘어? 좀 신선하네?’ 이런 게 없으면 존재감을 키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외성을 말하는 건가?) “지금까지 진보 정당이 주로 이야기해온 영역은 좀 한정된 면이 있다. 노동, 복지, 인권, 여성 등…. 반면에 성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우리의 역할, 과학기술 이런 부분은 덜 이야기해온 게 사실이다. ‘정의당이 그런 얘기도?’ 이렇게 평가받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건 완주를 전제로 한 말 아닌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함께 ‘위성정당방지법’을 만들자며 단일화 구애를 하고 있고, 진보진영 안에서도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급하니까 후보 단일화를 위해 자꾸 찌르는데…한마디로 (거대 정당의) ‘갑질’이고, 단일화 압박 수단이라고 본다. 안 그러면 총선이 2024년인데 왜 지금 갑자기 얘기를 꺼내겠나. 만약 위성정당 창당이 진심으로 잘못한 일이라 생각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그때 당선된 의원들을 그대로 두고 입으로만 잘못됐다고 하면 뭐하나. 그리고 나는 정의당이 더 이상 민주당과의 단일화 프레임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일화 프레임?) “여전히 선거를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로 보는 세대가 많다. 그런 세대 입장에서 보면 정의당이 무슨 말을 하던 간에 일단 국민의힘이 집권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찍어야하는 거다. 세상은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이니까. 하지만 그런 프레임은 이미 시효가 다했다.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조국 사태,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성폭력 사건 등 무수한 사안을 봤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나은 게 뭐가 있나. 이제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프레임이 정당의 우열을 가르는 제대로 된 도구가 아닌 거다. 그 생각을 버릴 수 없는 세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정의당은 2019년 말 민주당과 함께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제도로 20석 가까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선출용 위성정당을 만듦으로써 비례대표 5석에 그쳤다.

―정의당이 최근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 보이콧을 선언했던데.

“김 씨는 자기 유투브 채널에 이재명 후보 지지를 표명한 사회심리학자를 불러 심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는 이유가 심리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했다. 선동을 해도 어떻게 그렇게 질 나쁘게 선동하는지….”

※김어준은 지난달 19일 자신의 유투브(다스뵈이다)에 ‘2020·2022 이재명론’ 공동 저자인 김태형 사회심리학자를 초대해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 하지 않는 심 후보의 심리를 분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태형 씨는 심 후보가 ‘2남2녀 막내딸이라 인정 욕구가 강해서’ ‘성공욕, 명예욕,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어준은 “진보 유권자 입장에서 누구에게 표를 줘야하나”고 물었고, 김태형 씨는 “적폐의 부활을 막으려는 쪽으로”라고 답했다. ―그런데 진짜 단일화를 원한다면 심 후보와 정의당 지지층을 회유해도 모자란 판에 왜 화가 나게 했을까?

“실력 행사… 우리를 구슬려서 단일화 하려는 게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의 조직적 압박을 통해 굴복시키려는…. 민주당 지지자가 우리보다 월등히 많으니까 그런 공세가 가능하다고 본 것 같다.”

―일부 정치인들이 여성을 위한 정책을 폐지해서 ‘이대남’ 표심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던데.

“일부 정치인들이 여성 할당제 폐지, 여성가족부 폐지, 군 가산점 부활 이런 걸 주장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좀 ‘남초’커뮤니티의 목소리가 실제보다 과잉 대표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정치권에서 보니 실제로 평범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데가 많지 않더라. 평범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도 마땅치 않고. 과거처럼 청년들이 학생회, 운동권, 노조 이런데 묶이는 시대도 아니다보니 청년들이 다 개별화, 파편화돼있다. 그런 중에 거의 유일하게 조직력을 보이고 있는 집단이 남초 커뮤니티다. 모든 20대 남자들이 다 그들처럼 여자도 군대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않겠나.”

―정의당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초기에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던데.

“그 단어가… 사실 운동권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많이 쓰던 말이다.” (원래 쓰던 말이라고?) “시민사회, 운동권 내에도 성폭력 사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적 해결이 필요할 때 피해자, 가해자, 또 공동체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담론들이 만들어져 온 역사가 있다. 거기서 일단 피해 사실을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은 확정적인 조사까지는 안 갔을 때는 ‘피해호소인’ ‘가해지목인’ 이렇게 불러왔다. 민주당이 그때 처음 만든 게 아니라 그들도 운동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 단어를 아는 거다.”

※지난해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에서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 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올 9월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피해호소인은 피해자 변호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당 내에서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처음부터 ‘피해자’로 불렀다.

―의외로 진보계열에서 성문제에 이상한 논리를 들이미는 경우가 있다. 당신은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 줍고 있느냐’는 말이 가능했던 시대도 있었다고 비판했던데.

“그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했다고 알려진 말인데, 본인은 안했다고 하지만…. 그런데 그 말이 진보 진영에서 좀 광범위하게 쓰인 건 사실이다.” (무슨 뜻인가?) “큰 문제가 앞에 닥쳤는데 진보진영 안에서 일어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건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를 줍는 행위 같은 거란 의미다. 성폭력 문제 같은 건 사소한 문제로 취급하는 게 과거 86세대들이 가졌던 관점이다.”

※이 발언은 2003년 당시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집행위원이 당 내 성폭력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당원들에게 한 말로 알려졌다. 당 내 여성위원회가 2003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도부의 미진한 조치를 문제 삼은 데 대한 것이다. 유시민은 이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여러 일정을 제쳐두고 당내의 작은 일로 시간이 소모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해변에서 조개껍질 들고 놀고 있는 아이와 같다’고 한 것이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최근 벌어진 각 당의 영입인사 낙마는 정당이 사람을 키우지 않고, 선거 때만 갑자기 스펙이 화려한 사람을 갖다 쓰는 행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게 진짜 문제다. 조동연 전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사생활을 문제 삼는 건 반대한다. 하지만 원래 정치를 하던 분도 아닌 사람을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함께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시켰는데… 솔직히 뭔가 스펙도 그럴듯해 보이고, 데리고 오면 이재명 후보 이미지에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영입한 거 아닌가. 오직 선거를 위해 갑자기 ‘픽업’한…. 그건 이 사람을 정치적 동료로 맞이하는 게 아니고 선거를 위한 장식품으로 쓰는 행태다. 그러다보니 그런 참사가 벌어지는 거지. 지금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청년 인재영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다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당 안에서 성장하려는 청년 정치인들한테 굉장한 박탈감을 준다.”

―박탈감?

“어차피 외부 인사를 고르는 권력은 어느 당이든 당 내 기득권, 기성세대에게 있다. 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청년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기준과 입맛에 맞는 청년들을, 반짝반짝해 보이는 청년들을 데려온다. 당 안의 청년정치인들은 소외되는 거지. 그런데 또 선거가 없는 평상시에는 당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크는 걸 직간접적으로 막는 현상이 벌어진다.” (평상시에는 청년들이 크는 걸 막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 “어느 당이든 자리가 한정돼있으니까.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이 당 안에서 성장해서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길 바라지 않는 거다. 그래서 청년정치인들이 성장하는 걸 억제하거나, 벽에 부딪히게 하는 현상들이 발생하는데… 그러다가 또 선거가 닥치면 청년 표를 얻어야한다고 외부에서 갑자기 데려오는 일이 반복된다.”

―정의당은 다른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 당 안에도 그런 세대 갈등이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1, 2번을 청년에게 할당해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당선됐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 찬반양론이 굉장히 격돌했다. 청년할당제가 잘한 것이냐, 아니냐 하는….” (당시에 그랬다는 건가.) “아니, 지금까지도 여전히…. 청년들에게 자리와 기회를 주는 조치를 했을 때 이게 반대로 기존에 당에서 오래 활동해온 사람들에게는 자원분배의 문제가 되니까.” (일종의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 같은 건가?) “그런 셈이다. 2018년 지방선거 비례대표 경선 때 청년후보들에게는 60%의 가산점을 줬다. 자신이 받은 표의 60%를 가산해 주는데 사실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받는 표가 적기 때문에 가산점을 줘도 대부분 떨어진다. 가산점 비율을 더 올리지는 못하고 같은 규정을 내년 지방선거 비례 경선에 적용하자는 안을 전국위원회에 올렸는데 간신히 통과됐다.”

※가산점 60%란 100표를 받으면 160표로 환산해주는 것이다. 청년들은 인지도가 부족으로 애초에 받는 표가 적기 때문에 가산점을 받아도 당선되는 경우가 드물다.

―간신히? 전과 같은 안인데?

“그만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청년들에게 그렇게 과도한 가산점을 주는 게 과연 맞느냐는 거다.” (60%도 실효성이 적다면 가산점을 더 올린 안을 올렸어야하는 거 아닌가.) “우리 청년정의당 안에서는 더 센 안을 논의하기는 했는데 어쨌든 그 안을 올렸다. 정의당 안에서도 청년할당제가 아니면 사실상 청년들이 스스로 크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정치를 저질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나라의 장관을 하고, 집권여당 당 대표도 하고, 대선후보 경선에도 나온 분이 다른 정당 대선후보 부인의 확인도 안 된 과거나 공격을 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치가 얼마나 후진적인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까지 정치를 저질로 만들어야하는지. 추 전 장관은 윤 후보 부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선 후보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 친인척, 친구관계 모두 다 깨끗해야한다’고도 했다. 타 후보 부인에게 ‘깨끗하지 못하다’는 걸 암시하는 발언이 더 지저분한 것 같다.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자리가 공직자도 아니고 국모는 더더욱 아니지 않나. 정치인이나 공직자 가족에 대한 검증은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족이 어떤 비리나 부정부패에 관련돼있을 경우 등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처럼….” (그 분은 참 안 걸리는 데가 없다.) “하하하. 조 전 장관 부인은 자녀의 입시와 관련해 역할을 한 게 문제가 됐으니까 그런 부분은 당연히 검증해야한다. 후보 본인에 대해서도 검증할 게 많은데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왜 후보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배우자의 과거를, 그것도 여성의 성적인 부분을 이용해 공격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저질 공격은 하면할수록 하는 쪽은 손해, 받는 쪽이 이득이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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