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에 미군철수 등 조건 내건 北…文대통령은 “한미동맹 무관”

최지선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09-24 17:22수정 2021-09-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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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4일 7시간 간격으로 2차례 걸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각각 한국과 미국을 겨냥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대북 적대시정책과 불공평한 이중기준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북한은 대북적대시 정책으로 주한미군 및 한반도에 전개된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한미 연합훈련을 꼽았다. “이중기준 철회”는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도발”로 부르지 말라는 주장이다. 김여정은 한국이 이런 ‘선결조건’을 마련한다면 남북관계 회복과 발전을 위한 논의를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미국이 전략자산 철수나 한미 훈련 중단, 대북 제재 완화를 하도록 한국이 설득해야 문 대통령이 시급한 종전선언을 위한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모두 한미동맹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미국은 “조건 없이 대화하자”며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인센티브를 북한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날 북한의 잇따른 담화에 대해 “종전선언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화하자는 메시지”라고 해석했지만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한미동맹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金 “적대시정책 두고 종전선언 의미 없어”
김여정은 이날 오후 1시경 낸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심각한 대립,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해써 웃음으니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이 누구에게는 긴절(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는 문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리태성도 김여정에 앞서 발표한 담화에서 “종잇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적대시정책 철회로 이어진다는 어떤 담보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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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전날 귀국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이른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고 했던 것을 조목조목 반박한 셈이다.

김여정은 “남조선(한국)은 (종전선언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고 싶으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하도록 문재인 정부가 나서라고 압박한 것이다.

● 北, 종전선언 조건으로 “미군무력” 철수 요구
청와대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바로 반응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대통령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KBS·YTN 인터뷰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이라면서 “적대시정책 철회라는 조건은 결과적으로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협의, 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을 향해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북한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면서 “종전선언은 (미국의 대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북미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선결조건으로 내건 ‘적대시 정책 철회’를 미국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리태성은 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주변의 미군 무력과 방대한 최신 전쟁자산, 해마다 벌어지는 전쟁연습”을 적대시 정책으로 거론했다.

리태성은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 백 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특히 “오히려 미국 남조선동맹(한미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은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 철수와는 관계가 없다”며 “북한은 미국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 고조만 하고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정부가 미국에 대화 재개를 이유로 한미동맹과 직결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할 경우 한미 간 대북정책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한미동맹을 해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종전선언을 고리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명분 삼아 미사일 능력 완성이라는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 할 것”이라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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