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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순간순간에서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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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NSC 前국장, 40년간 ‘쿠바 스파이’였다미국 국무부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까지 지낸 전직 외교관 빅터 마누엘 로차(73)가 40년간 쿠바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기소됐다. 그는 1990년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쿠바를 포함한 중남미 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비슷한 시기 쿠바 수도 아바나의 스위스대사관 내에 개설됐으며 단교 중 사실상 미 대사관 역할을 했던 미 이익대표부의 부대표도 맡았다. 쿠바 스파이가 백악관 한복판까지 침투했다는 점이 드러나자 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외국 정보요원이 미 정부의 가장 고위직에, 가장 오랜 기간 침투한 사례”라고 우려했다. 미 법무부는 로차 전 대사를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1950년 남미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고 1978년 시민권을 얻었다. 예일대, 하버드대 등 미 명문대 학위를 바탕으로 1981년 11월 국무부 직원이 돼 2002년 8월까지 일했다. 연방검찰은 공소장에서 그가 국무부 발령 첫해부터 최근까지 쿠바 정보기관인 총첩보국(DGI)을 위해 기밀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익 인사인 척 행세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적’으로 지칭하고 쿠바 공산혁명을 주도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칭송했다. 은퇴 후 중남미계 이민자가 많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거주하던 로차 전 대사는 지난해 자신을 수상쩍게 여긴 미 연방수사국(FBI)의 비밀 수사관이 DGI 요원으로 위장해 접근하자 덜미를 잡혔다. 그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이 FBI 수사관을 DGI의 마이애미 주재 요원으로 믿고 “40년 가까이 쿠바를 위해 간첩으로 일했다”고 실토했다. 이 수사관은 로차 전 대사를 만날 때 로차 전 대사가 DGI에서 교육받은 대로 우회로를 이용하고 중간에 멈춰 미행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등 완전히 쿠바 요원인 양 행세했다. FBI 수사관이 로차 전 대사에게 국무부에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묻자 그는 “긴 과정이었고 쉽지 않았지만 본부(DGI)가 함께했다”고 답했다. 국무부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쿠바에 포섭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쿠바 공산혁명 여파로 1961년 쿠바와 국교를 단절한 뒤 54년 만인 2015년 양국 관계를 정상화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2-06 03:00
백악관 NSC 前국장, 40년간 ‘쿠바 스파이’였다미국 국무부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까지 지낸 전직 외교관 빅터 마누엘 로차(73)가 40년간 쿠바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기소됐다. 그는 1990년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쿠바를 포함한 중남미 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비슷한 시기 쿠바 수도 아바나의 스위스대사관 내에 개설됐으며 사실상 미 대사관 역할을 했던 미국 이익대표부의 부대표도 맡았다.쿠바 스파이가 백악관 한복판까지 침투했다는 점이 드러나자 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메릭 갤런드 법무장관은 “외국 정보 요원이 미 정부의 가장 고위직에,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침투한 사례”라고 우려했다.미 법무부는 로차 전 대사를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1950년 남미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고 1978년 시민권을 획득했다. 예일, 하버드 등 미 명문대 학위를 바탕으로 1981년 11월 국무부에 입부해 2002년 8월까지 일했다. 주볼리비아 미국대사를 끝으로 퇴직했고 2006~2012년 쿠바를 관할하는 미군 남부사령부 고문도 맡았다. 연방검찰은 공소장에서 그가 국무부 발령 첫 해부터 최근까지 쿠바 정보기관인 총첩보국(DGI)을 위해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익 인사인 척 행세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적’으로 지칭하고 쿠바의 공산 혁명을 주도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칭송했다. 은퇴 후 중남미계 이민자가 많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거주하던 로차 전 대사는 지난해 자신을 수상쩍게 여긴 미 연방수사국(FBI)의 비밀 수사관이 DGI 요원으로 위장해 접근하자 덜미를 잡혔다. 그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이 FBI 수사관을 DGI의 마이애미 주재 요원으로 믿고 “40년 가까이 쿠바를 위해 간첩으로 일했다”고 실토했다. 이 수사관은 로차 전 대사를 만날 때 로차 전 대사가 DGI에서 교육 받은 대로 우회로를 이용하고 중간에 멈춰 미행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등 완전히 쿠바 요원인 양 행세했다.FBI 수사관이 로차 전 대사에게 국무부에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묻자 그는 “긴 과정이었고 쉽지 않았지만 본부(DGI)가 함께 했다”고 답했다. 국무부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쿠바에 포섭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2-05 17:14
美선 금리 인하론… 내려도 1, 2년은 고금리 지속될듯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겪어 온 미국에서 내구재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내구재 가격은 10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했다. 승용차와 부품 가격은 전년 대비 1.5% 떨어졌고, 가전제품은 2.2%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미국인들은 최근 3년간 보지 못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만 WSJ는 최근 디플레이션 추세는 가전제품, 가구, 중고차 등 내구재에 국한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내년 9월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1.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 UBS은행도 내년 4분기(10∼12월) 1.7%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연준은 2026년은 돼야 인플레이션이 2%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지난 2년간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금리는 최소 1∼2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물가 안정 시기가 다소 늦춰지며 각국의 금리 인하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2-05 03:00
키신저 “美, ‘이-팔 2개 국가’ 해법 폐기해야”지난달 29일 별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중동 분쟁 해결을 위해 미국이 줄곧 주장해 온 ‘두 국가 해법’ 폐기를 촉구했다고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2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최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통치하에 재통합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방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올 10월 18일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이 참여한 비공개 화상 대담에서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서 보듯 두 국가 해법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 대신 키신저 전 장관은 과거 요르단 영토였던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집트 영토였던 가자지구를 각각 원래 나라로 귀속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그는 한때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였던 이집트가 최근 아랍 국가와 더 가까워졌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더 강력한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에 대해 “양국이 화해해야 한다. 중국은 (대만 침공 같은) 갈등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2-04 03:00
키신저 생전 인터뷰 “美, ‘이-팔 2개 국가’ 해법 폐기해야”지난달 29일 별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중동 분쟁 해결을 위해 미국이 줄곧 주장해 온 ‘두 국가 해법’ 폐기를 촉구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2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최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통치 하에 재통합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방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올 10월 18일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이 참여한 비공개 화상 대담에서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서 보듯 두 국가 해법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대신 키신저 전 장관은 과거 요르단 영토였던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집트 영토였던 가자지구를 각각 원래 나라로 귀속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그는 한때 중동의 대표적 친미 국가였던 이집트가 최근 아랍 국가와 더 가까워졌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더 강력한 지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에 대해 “양국이 화해해야 한다. 중국은 (대만 침공 같은) 갈등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러 관계가 크게 냉각됐다며 “러시아와와 대화가 전혀 없었기에 미국은 러시아의 생각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2-03 17:31
바이든 “키신저와 이견 잦았지만 그의 전략은 심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별세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해 “그는 나와 자주 이견이 있었지만 그의 맹렬한 지성과 전략적 초점은 분명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 작고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키신저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 백악관이 키신저 전 장관 같은 주요 인사 부고가 알려진 당일이 아닌 이튿날 애도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키신저 전 장관이 미중 관계 개선 및 소련과의 데탕트(긴장 완화)에 기여했지만 강대국 중심 현실주의 외교에 집중해 그에 따른 약소국의 ‘비극’에 눈감았다는 진보 진영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당시(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젊은 상원의원이었고 그는 국무장관으로서 세계 정세를 브리핑했다”며 “경력 전반에 걸쳐 우리는 자주 의견이 맞지 않았고 강한 이견도 자주 있었다”고 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그를 맹렬한 지성의 소유자로 평가하며 “그는 은퇴한 후에도 여러 세대에 걸쳐 가장 중요한 정책 토론에 자신의 견해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키신저 전 장관 부인과 자녀 이름을 열거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2-02 01:40
바이든, 키신저 별세 하루 지나 애도 ‘이례적’… “맹렬한 지성은 분명”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별세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해 “그는 나와 자주 이견이 있었지만 그의 맹렬한 지성과 전략적 초점은 분명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 작고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키신저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미 백악관이 키신저 전 장관 같은 주요 인사 부고가 알려진 당일이 아닌 이튿날 애도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키신저 전 장관이 미중 관계 개선 및 소련과의 데탕트(긴장 완화)에 기여했지만 강대국 중심 현실주의 외교에 집중해 그에 따른 약소국 ‘비극’에 눈감았다는 진보 진영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당시(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젊은 상원의원이었고 그는 국무장관으로서 세계 정세를 브리핑했다”며 “경력 전반에 걸쳐 우리는 자주 의견이 맞지 않았고 강한 이견도 자주 있었다”고 회고했다. 1969년 공화당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해 본격적으로 외교 무대에 나선 키신저 전 장관은 이어서 같은 당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1975년까지 국가안보보좌관, 1977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으로 1973년 1월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중앙 정계에 입문했다.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그를 맹렬한 지성의 소유자로 평가하며 “그는 은퇴한 후에도 여러 세대에 걸쳐 가장 중요한 정책 토론에 자신의 견해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키신저 전 장관 부인과 자녀 이름을 열거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그가 수십 년간 (미국) 외교 정책을 만들었고 세계 속 미국의 역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백악관의 하루 늦은 애도 성명에 대해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 성명은 키신저 전 장관 공적을 칭송한 공화당 의원들 성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다”며 “특히 1970년 미국의 캄보디아 폭격 등을 승인한 키신저 전 장관 역할은 비판 대상이 돼 왔다”고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2-01 15:45
하마스 장기휴전 가능성에… 이 극우장관 “연정 붕괴” 반발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한 차례 연장한 임시 휴전 종료 기한(30일 오전 7시)이 임박한 가운데 휴전을 이틀 더 연장하는 방안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8일 보도했다. 성사되면 휴전 기간은 총 8일로 늘어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한 장기 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WP에 “29일 이후 추가로 2, 3일간의 인질 석방 및 교전 중지 기간을 둘 수 있다”며 “그 후로 가자지구 작전을 재개하거나 후속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28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다비드 바르네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은 카타르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휴전 관련 논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번스 국장은 남성을 포함해 8, 9명으로 추정되는 미국인 인질 석방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WP에 “29일 밤까지 어린이 대부분이 석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스라엘은 인질을 10명씩 석방할 때마다 하루씩 휴전 기간을 연장할 용의가 있고 하마스 역시 남성과 이스라엘 군인 석방을 수용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장기 휴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특히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겸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 대표는 “전쟁 중단은 곧 정부 붕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3개 종교의 공동 성지이나 그간 유대교도의 기도가 허용되지 않았던 동예루살렘 내 ‘성전(聖殿)산’ 방문을 올 들어 세 차례나 강행하며 이슬람권 전체를 도발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연정 64석 중 절반(32석)만 차지하고 있다. 6석을 보유한 ‘오츠마 예후디트’가 연정 탈퇴를 저울질하면 네타냐후 총리 또한 벤그비르 장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로선 휴전이 길어질수록 인질을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지만 하마스가 그사이 병력을 재편성해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연장할 수 있다”면서 “이게 이스라엘이 직면한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현지 매체 하아레츠 칼럼니스트 안셸 페퍼도 “하마스는 남아있는 인질을 놓고 이스라엘 국민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할 텐데 이스라엘이 이들의 석방을 거부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휴전 닷새째인 28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10명과 태국인 2명을 석방했다. 특히 가자지구의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도 처음으로 인질 석방에 동참해 인질 몇 명을 풀어줬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까지 하마스가 석방한 인질은 총 86명, 이스라엘이 석방한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180명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30 03:00
“홍콩출장때 中해킹 위험… 일회용 휴대전화 써라”세계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와 KPMG가 홍콩으로 출장을 가는 직원들에게 기존 스마트폰 대신 일회용 선불폰(버너·burner)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외국인 동태 감시 등 중국이 보안 지침을 강화하고 있는 홍콩에서 업무용 스마트폰 해킹에 따른 고객 데이터 유출 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이던 홍콩에서 (미중 기술 경쟁과 중국의 통제 강화로 인해) 기업이 직면한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컨설팅 기업 맥킨지도 경영진에게 별도 휴대전화 사용을 권고했다. 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 임원은 “(일회용 선불폰) 사용은 민감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에게도 적용된다”며 “이런 불편함 때문에 직원들이 홍콩 출장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보안 문제 때문에 일부 항공우주, 반도체 기업에서 중국 출장 시 별도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가져가도록 했는데 이제 더 많은 기업이 이 규정을 홍콩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미중 관계 안정화에도 컨설팅 기업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감시를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다. FT는 “많은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둔 홍콩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적용한 것은 중국의 (강화된 디지털 정보) 통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은 2020년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원칙을 깨면서 홍콩보안법을 발효했다. 이후 중국은 2021년 데이터보안법 제정, 올해 반(反)간첩법 개정 등을 통해 홍콩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영토에서 수집하거나 생산한 데이터의 외국 반출을 차단하는 내용 등을 담은 데이터보안법을 앞으로 본토에 이어 홍콩, 마카오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 경우 홍콩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의 고객 데이터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9 03:00
“게임하며 과자 씹는 소리 거슬려”… 소음제거 AI 앱 만든 과자회사미국 과자 회사 도리토스가 과자 씹는 소리를 없애주는 애플리케이션(앱) ‘도리토스 사일런트’(사진)를 무료로 공개했다. 헤드폰을 쓰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이 과자를 먹을 때 나는 소리를 거슬려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도리토스가 뉴욕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스무스테크놀로지와 함께 게이머를 위한 앱을 출시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도리토스가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게이머들은 간식을 먹으며 게임하는 걸 좋아하지만 상대방이 뭔가를 먹을 때 내는 소리는 듣기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리토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0여 명이 도리토스 씹는 소리를 녹음해 이를 바탕으로 5000가지 바삭거리는 소리를 시뮬레이션했다. 이후 말소리와 바삭거리는 소리를 혼합한 뒤 이를 AI에 학습시켜 이 소리들을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과자를 먹으면서 말해도 과자 씹는 소리가 제거될 수 있게 한 것이다. 딜런 패시버 스무스테크놀로지 수석 개발자는 “(게임을 같이 하는) 어떤 사람이 과자를 먹기 시작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며 “간식을 먹으면서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도리토스가 만든 앱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다른 과자나 크래커를 비롯해 생야채를 씹어 먹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PC에서 쓸 수 있으며 점차 모바일 등 다른 기기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도리토스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 퍼낸도 커헤인은 “도리토스가 게이머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바삭하게 씹히는 맛 때문”이라며 “덜 바삭한 과자를 개발하는 대신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과자 브랜드가 선보이는 AI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9 03:00
이스라엘, 외국노동자 탈출에 ‘키부츠’ 인력난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떠나면서 키부츠(집단농장)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중 가장 비중이 큰 태국인 상당수가 귀국하자 키부츠는 국내 자원봉사자로 노동력을 메우는 실정이다. 미국 CNN방송은 26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 3만여 명 중 1만여 명이 귀국해 키부츠 일손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하마스 공격이 집중된 가자지구 주변 키부츠들에서 일하던 태국인 약 6000명이 대부분 떠나면서 이 지역 노동력 부족은 더 심각하다. 이스라엘에서 소비되는 채소 75%는 가자지구 남쪽 키부츠 등지에서 재배된다. CNN은 “이스라엘 경제가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임금 농장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웠다”며 “1990년대 이후 팔레스타인과 무력 분쟁이 빈번해지자 농장일을 팔레스타인인 대신 주로 태국인들이 맡게 됐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태국 내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1만5412밧(약 57만 원)인 반면 이스라엘에서 일하면 5만5000밧(약 204만 원)을 벌 수 있다. 키부츠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스라엘 자원봉사자 약 5만 명이 지원했지만 기술 숙련도가 떨어지고 인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가자지구 인근에서 채소 농장을 하는 요시 인바 씨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미 토마토 재배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젖소를 사육하는 스티비 마커스 씨는 “현재 자원봉사자 4명이 우유 짜는 것을 도와주고 있지만 미숙련 봉사자들이 젖소 350마리를 돌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하마스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귀국한 태국 노동자들 복귀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스리랑카를 비롯한 다른 국가 노동자 5000여 명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전쟁으로 태국인은 39명 숨져 외국인 사망자 중 가장 많았다. 납치된 태국인 25명 가운데 만삭이던 임신부는 억류된 상태에서 출산한 것으로 추정된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8 03:00
전동스쿠터 금지한 파리, SUV도 도심 퇴출 나서프랑스 수도 파리시 당국이 내년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주차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주민투표를 통해 비거주자의 SUV와 사륜구동 차량의 주차요금을 먼저 인상할 방침이다. 파리시가 9월 유럽 최초로 전동스쿠터 대여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도심에서 경차나 소형 세단에 비해 연료소비효율이 낮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SUV를 사실상 퇴출하려는 수순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파리시는 환경오염과 보행자 안전 등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SUV의 주차요금 인상 방안을 두고 내년 2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차요금 인상 대상은 1.6t 이상의 내연기관 차량과 2t 이상의 전기차다. 현대차·기아 모델의 경우 중형 SUV인 싼타페, 쏘렌토는 물론이고 투싼, 스포티지 등 준중형 SUV도 공차 중량이 1.6t을 넘는다. 파리 시내 공영주차장 요금은 1시간에 평균 5유로(약 7000원) 정도다. 다비드 벨리아르 파리시 부시장은 “파리는 차량의 수와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파리시는 공유 전동스쿠터가 인기를 끌면서 이용자 및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거리 곳곳에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자 주민투표를 통해 유럽 최초로 스쿠터 대여를 금지했다. 이는 친환경 정책으로 재선에 성공해 2014년부터 파리를 이끌고 있는 안 이달고 시장과 생태학자 출신인 벨리아르 부시장의 시정 기조에 따른 것이다. 파리시는 이 외에도 대기 질에 악영향을 주는 노후 디젤 차량의 일과시간 통행을 제한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펴왔다. 또 도심 주행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추는가 하면, 파리의 14만 개 주차장을 절반으로 줄여 공원, 테라스 등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4 03:00
프랑스 파리, SUV 퇴출 수순…내년부터 주차요금 인상 추진프랑스 수도 파리시 당국이 내년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주차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주민투표를 통해 비거주자의 SUV와 사륜구동 차량의 주차요금을 먼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파리시가 9월 유럽 최초로 전동스쿠터 대여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도심에서 경차나 소형 세단에 비해 연비가 낮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SUV를 사실상 퇴출하려는 수순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로이터에 따르면 파리시는 환경오염과 보행자 안전 등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SUV 차량의 주차요금 인상 방안을 두고 내년 2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차요금 인상 대상은 1.6t 이상의 내연기관 차량과 2t 이상의 전기차다. 현대·기아차 모델의 경우 중형 SUV인 산타페·소렌토는 물론, 투싼·스포티지 등 준중형 SUV도 공차 중량이 1.6t을 넘는다. 파리 시내 공영주차장 요금은 1시간에 평균 5유로(7000원) 정도다. 다비드 벨리아르 파리 부시장은 “파리는 차량의 수와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앞서 파리시는 공유 전동스쿠터가 인기를 끌면서 이용자의 안전은 물론 보행자를 위협하고 거리 곳곳에 방치돼 통행을 방해하자 주민투표를 통해 유럽 최초로 스쿠터 대여를 금지했다. 이는 친환경 정책으로 재선에 성공해 2014년부터 파리를 이끌고 있는 안 이달고 시장과 생태학자 출신인 벨리아르 부시장의 시정 기조에 따른 것이다. 파리시는 이외에도 대기질에 악영향을 주는 노후 디젤차량의 일과시간 통행을 제한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펴왔다. 또 도심 주행 제한속도를 시속 30km로 낮추는가 하면, 파리의 14만 개 주차장을 절반으로 줄여 공원, 테라스 등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3 16:51
교황에 “악마” 폭언했던 밀레이, 당선 축하전화 받고 고개 숙여대선 과정에서 최초의 자국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87)을 향해 ‘망할 공산주의자’ ‘악마’ ‘똥 덩어리’ 같은 막말을 했던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53)이 21일 교황의 축하 전화를 받고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통화 내내 교황을 부를 때 쓰는 ‘성하(聖下)’라는 극존칭을 썼고 고국 방문 또한 요청했다. 현지 언론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이날 밀레이 당선인과 교황은 약 8분간 통화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교황에게 “빈곤과 궁핍을 퇴치하기 위한 과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어린이 빈곤 퇴치, 교육 개선 등을 위해 강하게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즉위 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고국을 찾지 않은 교황에게 아르헨티나에 와 달라고도 요청했다. 교황은 이에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덕담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방문에 대해서는 “(언젠가) 볼 것”이라고만 했다. 밀레이 당선인과 교황은 모두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이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펴낸 ‘2020 더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 2020)’ 기준 아르헨티나 국민의 약 63%가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반(反)공산주의자를 자처해 온 밀레이 당선인은 교황이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줄곧 “공산주의를 전파하는 악마 같다”고 조롱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아르헨티나 젊은 사제들은 올 9월 “교황에 대한 폭언을 일삼는 밀레이 후보를 두고 볼 수 없다”며 교황 지지 미사까지 개최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3 03:00
세계 1위 바이낸스 5.5조 벌금… 코인 ‘거래소 쇼크’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북한 등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과 거래 중개 등을 한 혐의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완전 철수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최근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붕괴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이른바 ‘거래소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거래소의 갑작스러운 폐쇄 등에 따라 이용자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주의보를 내렸다.● FTX 이어 바이낸스 사태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를 창업한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趙長鵬) 최고경영자(CEO)는 혐의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미국인 고객 수백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낸스는 북한에 총 80건, 약 437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장 조직,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를 포함한 테러단체 등 범죄자와의 거래가 의심되는 건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미국 고객과 제재 대상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차단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제재를 위반한 가상화폐 거래 총 166만여 건(총 7억 달러 상당)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한 부분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국내외에서 규제 강화 뒤따를 듯바이낸스의 대규모 벌금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22일 오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는 2∼4%씩 하락했다. 바이낸스가 발행하는 바이낸스코인(BNB) 시세는 10% 안팎 급락했다. 테라·루나 사태,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 가상화폐 사업자에게 닥친 대형 악재로 주요 코인 시세가 흔들리는 현상이 또다시 반복된 것이다. 코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가상화폐 업계에 규제 강화 움직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1위 거래소가 규제를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다른 거래소에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바이낸스 사건은) 재무부와 가상화폐 업계와의 관계에 있어 분수령이 되는 순간으로 봐야 한다”며 “모든 가상자산 서비스 업체는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낸스가 규제 사각 지대에서 불공정한 거래를 통해 고성장을 이뤄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탈중앙화 기술의 혁신성 때문에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일부 거래소의 잇따른 영업 정지 사태와 관련해서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영업 종료를 앞둔 거래소들이 최소 1개월 전에는 영업 종료 사실을 알리고, 예치금이나 가상자산 등도 즉시 반환토록 지도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몇몇 사업자의 급작스러운 영업 종료에 따라 이용자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당국은 고객자산 반환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용자 피해가 방지되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2023-11-23 03:00
‘막말’ 일삼던 밀레이, 교황 축하 전화에 “성하”…180도 바뀐 태도대선 과정에서 최초의 자국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87)을 향해 ‘망할 공산주의자’ ‘악마’ ‘똥덩어리’ 같은 막말을 했던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53)이 21일 교황의 축하 전화를 받고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통화 내내 교황을 부를 때 쓰는 ‘성하(聖下)’라는 극존칭을 썼고 고국 방문 또한 요청했다.현지 언론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이날 밀레이 당선인과 교황은 약 8분간 통화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교황에게 “빈곤과 궁핍을 퇴치하기 위한 과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어린이 빈곤 퇴치, 교육 개선 등을 위해 강하게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즉위 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고국을 찾지 않은 교황에게 아르헨티나에 와 달라고도 요청했다. 교황은 이에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덕담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방문에 대해서는 “(언젠가) 볼 것”이라고만 했다.밀레이 당선인과 교황은 모두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이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펴낸 ‘2020 더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 2020)’ 기준 아르헨티나 국민의 약 63%가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반(反)공산주의자를 자처해 온 밀레이 당선인은 교황이 사회적 약자를 도와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줄곧 “공산주의를 전파하는 악마같다”고 조롱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아르헨티나 젊은 사제들은 올 9월 “교황에 대한 폭언을 일삼는 밀레이 후보를 두고 볼 수 없다”며 교황 지지 미사까지 개최했다.2013년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초의 신대륙 및 남반구 출신 교황이다. 평범한 사제 시절부터 사회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2 16:39
‘대북제재 위반 혐의’ 바이낸스, 美에 5조 5000억 원 벌금 낸다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북한 등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과 거래 중개 등을 한 혐의를 인정하고 43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완전 철수한다.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탈취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가운데 미국이 가상화폐 업계를 대상으로 경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미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BS)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 달러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를 창업한 자오창펑(趙長鵬) 최고경영자(CEO)는 혐의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또 바이낸스는 미국 정부가 향후 5년간 회계 장부 열람을 허용하도록 했다. 미국인 고객 수백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낸스는 돈세탁 방지 및 제재 관련 법 위반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 등록하고 효과적인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운용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했다. 특히 북한에 총 80건, 약 437만 달러(약 56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장 조직인 알 카삼 여단,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IS)를 포함한 테러단체, 랜섬웨어 가해자, 자금세탁자 등 범죄자와의 거래가 의심되는 건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에 있는 사용자와 거래하는 것도 중개했다.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미국 고객과 제재 대상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차단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제재를 위반한 가상화폐 거래 총 166만여 건(총 7억 달러 상당)이 성사됐다고 전했다.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한 부분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때문”이라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역사상 기업으로서 가장 큰 벌금을 내게 됐다”고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가상화폐 산업 전체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어느 기관이든 어디에 있든 미국 금융 체계의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테러리스트나 외국 적대세력,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규칙을 따르거나 아니면 (규칙 위반에 따른) 결과를 직면해야 한다”고 밝혔다.한편 바이낸스의 대규모 벌금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22일 오전 9시 20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2.67%(134만1000원) 내린 4889만 6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보다 4.96% 내린 3만4982달러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거래업체 덱스터리 캐피털의 마이클 사파이 매니징 파트너는 미국 CNBC에 “시장은 흔들리고 있지만 곧 안정될 것”이라며 “바이낸스가 (시장) 지배력을 잃는 것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업체가 이 공백을 메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2 15:11
밀레이, 당선 다음날 “아르헨 방송-에너지기업 민영화”극심한 경제난 속 좌파 집권당을 누르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53·사진)이 20일 “민간에 넘길 수 있는 모든 국영·공영 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바로 다음 날 공약으로 내건 ‘최소 정부’ 이행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민영화 대상으로 공영 언론과 국영 에너지기업 등의 이름까지 콕 찍었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현지 라디오 ‘미트레’와의 인터뷰에서 공영 방송사인 TV 퍼블리카와 라디오 나시오날, 통신사인 텔람에 대해 “TV 퍼블리카는 (정권) 선전을 위한 메커니즘이 됐다”며 “(정권의) 은밀한 선전부를 두는 관행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라디오 나시오날도 마찬가지”, “텔람 통신사도 물론”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화 대상 언론을 직접 거론하며 매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선거 과정인 15일 밀레이 당선인이 속한 자유전진당에서 공영 미디어의 민영화를 거론하자 공영 방송 노조는 “언론과 노동자의 자유를 경멸하는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또 국영 석유회사인 YPF와 국영 에너지회사인 에나르사에 대한 민영화 추진 의지도 드러냈다. 1907년 설립된 YPF는 석유, 전기, 천연가스 등 아르헨티나 연료 부문을 거의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고용 규모가 10만 명에 달한다. 경제 침체 등으로 1999년 스페인 기업에 팔렸으나 2012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시 사들였다. 밀레이 당선인은 “YPF 국유화 이후 실적이 악화해 기업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발언이 공개된 후 뉴욕증권거래소의 YPF 주가는 장중 한때 43% 이상 폭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1993년 거래 시작 이후 최고치다. 밀레이는 극단적인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경제난과 정부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 정부’를 콘셉트로 내걸고 당선됐다. 정부부처 수를 18개에서 8개로 줄이고, 국영·공영 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정책도 이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도 거듭 중앙은행 폐지 및 달러화를 법정 통화로 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지금 통화량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을) 없애는 데 18∼24개월이 걸린다”며 “중앙은행을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이후엔 아르헨티나인들이 통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CNN은 “아르헨티나 규모의 어떤 나라도 자체 통화정책의 고삐를 미국에 넘긴 바가 없다”며 “(달러화를 채택한다면) 아르헨티나를 미지의 세계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2 03:00
아르헨 밀레이, 당선 다음날 “모든 공기업 민영화” 속도전극심한 경제난 속 좌파 집권당을 누르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53)이 20일 “민간에 넘길 수 있는 모든 국영·공영 기업은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바로 다음날 공약으로 내건 ‘최소 정부’ 이행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민영화 대상으로 공영 언론과 국영 에너지기업 등의 이름까지 콕 찍었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현지 라디오 ‘미트레’와의 인터뷰에서 공영 방송사인 TV 퍼블리카와 라디오 나시오날, 통신사인 텔람에 대해 “TV 퍼블리카는 (정권) 선전을 위한 메커니즘이 됐다”며 “(정권의) 은밀한 선전부를 두는 이런 관행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라디오 나시오날도 마찬가지”, “텔람 통신사도 물론”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화 대상 언론을 직접 거론하며 매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선거 과정인 15일 밀레이 당선인이 속한 자유전진당에서 공영 미디어의 민영화를 거론하자 공영 방송 노조는 “언론과 노동자의 자유를 경멸하는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또 국영 석유회사인 YFP와 국영 에너지회사인 에나르사에 대한 민영화 추진 의지도 드러냈다. 1907년 설립된 YPF는 석유, 전기, 천연가스 등 아르헨티나 연료 부문을 거의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고용 규모는 10만 명에 달한다. 경제 침체 등으로 1999년 스페인 기업에 팔렸으나 2012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시 사들였다. 밀레이 당선인은 “YPF 국유화 이후 실적이 악화해 기업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발언 공개 후 뉴욕증권거래소의 YPF 주가는 장중 한 때 43% 이상 폭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는 1993년 거래 시작 이후 최고치다. 밀레이는 극단적인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경제난과 정부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 정부’를 콘셉트로 내걸고 당선됐다. 정부부처 수를 18개에서 8개로 줄이고, 국영·공영 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정책도 이에 따른 것이다.아울러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도 거듭 중앙은행 폐지 및 달러화를 법정 통화로 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지금 통화량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을) 없애는 데 18~24개월이 걸린다”며 “중앙은행을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이후엔 아르헨티나인들이 통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CNN은 “아르헨티나 규모의 어떤 나라도 자체 통화정책의 고삐를 미국에 넘긴 바가 없다”며 “(달러화를 채택한다면) 아르헨티나를 미지의 세계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2023-11-21 16:02
‘아르헨 트럼프’, 포퓰리즘 좌파 밀어내다‘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대표(53)가 19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에서 집권 좌파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140%대 고물가, 40%대 빈곤율 등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 온 국민이 ‘최소 정부’를 내걸고 혜성처럼 등장한 괴짜 정치인에게 권력을 맡긴 것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개표율 99.3% 기준 55.7%를 얻어 현 경제장관인 세르히오 마사 ‘조국을 위한 연합’ 후보(44.3%)를 눌렀다. 현금 살포 등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한 집권 좌파를 국민이 외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밀레이는 당선 연설에서 “아르헨티나의 재건이 시작됐다. 이제 급진적인 변화만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중앙은행 및 페소화 폐지, 미 달러 도입, 정부 부처 축소, 장기 매매 허용 등 극단적인 자유주의 공약을 내세웠다. 이번 결과로 지난해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주요국에서 좌파 지도자가 잇따라 선출된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 좌파의 집권 물결)’ 부활에 제동이 걸렸다. 또 4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을 치러 ‘선거의 해’가 될 2024년 각국 선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당신(밀레이 당선인)이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란 글을 올렸다. 자신의 집권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차용해 승리 의지를 밝힌 것이다. 좌파정권 ‘고물가-빈곤’에 분노한 아르헨 민심, 극우 대통령 선택 ‘아르헨의 트럼프’ 밀레이 대선 당선유권자들 좌우파 무능 정치에 지쳐… ‘극우 괴짜’에 변화 요구 표 몰려‘독재 부정’ 부통령 당선인은 부담… 내년 美대선 등에 영향 여부 촉각 빗질을 전혀 하지 않은 부스스한 장발, 전기톱 휘두르기 같은 독특한 유세, “아르헨티나 페소는 배설물” 같은 극단적 막말…. 방송 토론 프로그램 패널 출신으로 의정활동 2년이 정치 경력의 전부인 ‘극우 괴짜’ 하비에르 밀레이(53)가 브라질에 이은 남미 2위 경제대국 아르헨티나를 4년간 이끌게 됐다. 현금 복지 등 좌파 대중영합주의(페론주의)의 본산인 아르헨티나 민심이 기존 정치 문법을 완전히 거부하는 ‘아웃사이더’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데 따른 것이다. 밀레이 당선인의 승리는 140%대의 살인적 고물가, 40%대 빈곤율 등 최악의 경제난에 따른 심판론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집권 좌파뿐 아니라 우파 야당까지 기성 정치의 무능에 지친 유권자는 ‘광인(狂人)’으로 불릴 만큼 과격한 언행으로 일관하는 그가 아니면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표를 던졌다. 이 결과는 미국, 멕시코 등 내년 북미와 중남미 주요국에서 치러지는 대선 및 총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광인’ 대통령과 ‘마녀’ 부통령 밀레이 당선인은 1970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벨그라노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따고 경제분석가로 활동했다. TV, 라디오 등에서 좌우파를 모두 비판하는 ‘모두 까기’식 해설로 인기를 끌었다. 정치 경력은 일천하다. 2019년 자유전진당에 입당했고 2021년 하원의원에 뽑혔다. 그런 그는 무상 의료·교육 중단, 정부 부처 축소, 총기 규제 완화, 장기 매매 허용 등 과격한 변화를 내세우며 팝스타 수준의 인기를 끌었다. 복지 정책을 모두 썰어 버리겠다며 전동 전기톱을 유세장에서 휘둘렀다. 또 전체 유권자의 약 3분의 1인 29세 미만 젊은층이 선호하는 소셜미디어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약을 설파했다. 그의 틱톡 추총자는 약 140만 명. 결선에서 맞붙은 집권 좌파의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4만 명에 불과하다. 측근이라 할 만한 이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숨진 반려견 코난을 자식처럼 여겨 이후 5만 달러(약 6500만 원)를 들여 복제견 4마리를 만들었다.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옹호한 석학의 이름을 따 각각 ‘로버트, 루커스, 밀턴 (프리드먼), 머리 (로스바드)’로 부른다. 코미디언 파티마 플로레스(42)와 결혼하지 않은 채 공개 연애 중이다. 집권 후 선거 유세에 깊이 관여한 여동생 카리나(50)가 대통령 배우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후 국방 분야를 맡기겠다고 한 빅토리아 비야루엘 부통령 당선인(48)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부친과 삼촌 모두 군부 독재하에서 복무한 군인 집안 출신이다. “군사정권 시절 실종자 수가 과장됐다”는 등 독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 반대파로부터 ‘마녀’로 불린다.● 당선 공신은 140%대 고물가 등 경제난 밀레이 당선인의 승리는 그만큼 아르헨티나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42.7% 올랐다. 올해 전체 물가상승률 또한 지난해보다 190%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고 나면 물가가 오르고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민 4700만 명 중 40%는 빈곤층이다. 아르헨티나는 19세기 부국(富國)이었지만 1940∼1950년대 좌파 지도자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등장, 이후 ‘페론 계승자’를 자처하는 지도자들의 무상복지 등 현금 살포 정책이 일반화하며 경제가 망가졌다. 페론 계열 정당이 아닌 우파 정권이 집권을 하더라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치 무관심이 깊어졌다. 결국 국민은 극단적인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내세운 그에게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한 지지자는 로이터통신에 “밀레이가 실행 가능한 유일한 선택지였다”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미 CNN 방송은 “밀레이의 승리는 극우 포퓰리즘이 부활할 수 있다는 잠재적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2023-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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