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영화 10편 속 인물들을 ‘가상의 내담자’로 설정하고, 다양한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의 애도 과정을 탐구한 책. 영화 ‘래빗 홀’을 통해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애도 방식을, 영화 ‘데몰리션’을 통해 아내와 사별한 남편이 겪는 혼란을, 영화 ‘아무르’를 통해서는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지를 들여다봤다. 저자는 “슬픔은 극복이 아닌 이해의 대상”이라며 “슬픔이 흐를 수 있는 사회는 악하지 않다”고 말한다. 고선규 지음·아몬드·1만8000원 ●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
젊은 건축가인 저자가 도시 주택의 모습을 기록한 에세이다. 자신의 생애에 걸쳐 거쳐온 집 아홉 개의 유형과 특징을 소재로 썼다. 연립주택, 임대아파트, 셰어하우스, 빌라, 원룸, 구축 및 신축 아파트 등 다양한 유형이 등장하기에, 대한민국 집짓기의 변천사로 봐도 무방하다. 건축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발코니의 쓸모’ ‘지하주차장의 변화 가능성’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규빈 지음·새움·2만2000원 ● 이야기를 들려줘요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로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가 20년간 쓴 작품 속 주인공들을 한자리에 모은 장편소설이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루시, ‘버지스 형제’의 밥, ‘에이미와 이저벨’의 이저벨이 사랑과 우정, 죄와 죽음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평범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삶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러면서도 단단한 문체로 풀어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정연희 옮김·문학동네·1만9800원
● 하트 램프
“아름답고 다채로우며 삶을 긍정하는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해 단편집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저자는 인도 남부에서 활동하는 여성 작가이자 변호사. 가부장적 이슬람 문화권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일상을 12편의 이야기로 포착했다. 풍부한 구어체와 냉소적 유머가 돋보인다. “모든 꽃이 신부를 장식하는 행운을 얻는 것은 아니다. 어떤 꽃은 무덤을 위해서만 꽃을 피운다.” 바누 무슈타크 지음·김석희 옮김·열림원·1만9000원
●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나이를 잊은 시인이 아프리카의 붉은 대지에서 다시 삶을 노래한다. 여든의 그는 오랜 세월 후원해 온 탄자니아의 한 소녀를 만나기 위해 하루를 날아가 그곳에서 일주일 동안 바람과 햇빛, 먼지 속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 시인은 그 시간을 “생애 최상의 여행”이라 부르며, 탄자니아에서의 기억과 인생의 단면들을 130여 편의 시와 손수 그린 연필화 속에 담았다. 나태주 지음·달·1만8000원
● 빵점 같은 힘찬 자유
반세기 동안 고통과 비참을 시로 견뎌온 시인이 허무를 넘어 자유를 노래한다. 새 시집은 절망의 시대를 통과하며 삶의 근원을 탐색하는 언어로 쓰였다. 그는 “가난이 마지막 단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소멸 속에서도 생명을 포착한다. 시집 곳곳에는 억압을 뚫고 솟구치는 생의 의지와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죽음과 탄생이 순환하는 세계관이 깃들었다. “빵점 같은 힘찬 자유”를 진정한 해방의 상징으로 제시하며 시는 새로운 존재의 공간을 선언한다. 김승희 지음·창비·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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