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미훈련, 신중히 협의를”… 범여 의원 60여명은 “연기” 연판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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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北의 훈련중단 압박후 사흘째, 훈련 실시 여부에 모호한 태도
與선 오늘 훈련연기 공동성명 예정… 野 “남북정상회담 유혹에 중단안돼”
美국방부 “韓, 중단 요청 없었다”… 軍, 내부적으론 훈련 준비 이어가
“靑, 北자극 우려해 우물쭈물” 지적… 통일부, 대북사업에 100억원 지원

軍수뇌부 청와대 소집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에서 
지시를 내리자 참석자들이 받아 적고 있다. 오른쪽 아래부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문 대통령,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안보실 
1차장. 왼쪽 아래부터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서욱 국방부 장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청와대 제공
軍수뇌부 청와대 소집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에서 지시를 내리자 참석자들이 받아 적고 있다. 오른쪽 아래부터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문 대통령,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안보실 1차장. 왼쪽 아래부터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서욱 국방부 장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압박 이후 사흘 만인 4일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미국 측과 훈련에 대해 신중하게 협의하라”라며 첫 입장을 냈다. 다만 예정대로 훈련을 실시할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훈련 시작 6일을 앞둔 이날까지 미 정부는 규모를 축소하되 계획대로 훈련을 실시할 것을 여전히 원칙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한국으로부터 훈련 중단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 군도 내부적으로는 미군과 훈련 관련 주요 지휘관 세미나를 여는 등 훈련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 여권에서 훈련 연기론이 잇따르면서 ‘김여정 하명’ 논란이 남남 갈등으로 번지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북한을 자극하는 걸 우려해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설훈, 진성준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 의원 60여 명이 연판장을 돌려 훈련 연기를 주장하는 성명을 5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기에 선을 그었음에도 여권에서 연기론이 번지고 있는 것. 야당은 “남북 정상회담 유혹에 훈련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文, “신중히 미국과 협의하라”

문 대통령은 이날 서 장관을 비롯해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군 수뇌부로부터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후속대책 △공군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후속대책 등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절치부심하고 심기일전해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질책했다.

군 수뇌부를 다 모은 자리였음에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훈련과 관련해 군의 공식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은 오늘 (공식적인) 보고나 논의 주제는 아니었다”면서도 “서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 당국 및 미 측과 협의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미 측과) 협의하라”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당국이 모든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청와대가 입장 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미 정부 원칙은, 훈련 예정대로”

김여정 담화 이후 당정에서 잇달아 훈련 연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건 북한의 훈련 중단 요구에도 미국이 훈련 실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한미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미 정부의 원칙은 훈련을 예정대로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이유로 급박하게 훈련 일정을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도 3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훈련 중단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김여정 담화를 봤다며 “위협에 직면한 한반도에서 적절하게 훈련되고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강조했다.

군은 이날도 10일 사전연습 성격의 위기관리참모 훈련부터 시작되는 한미 훈련 준비를 계속했다. 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어도 군 당국 차원에선 미국 측에 연기나 중단을 요청한 적도 없고 요청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원 의장과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이 주관하고 합참, 한미연합사 주요 지휘관들이 참석한 ‘21-2 연합 지휘소 훈련(CCPT)’ 관련 세미나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열려 훈련 세부 계획을 토의했다. 군 관계자는 “사실상 훈련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방역지침을 존중하나 정상적으로 훈련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통일부, 대북사업에 100억 원 지원 검토

통일부는 이르면 다음 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한다. 약 100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교추협이 열리는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생 이후 교추협 차원에서 대북 인도협력 사업 지원은 논의되지 않았다. 대북지원 민간단체 관계자는 “통일부가 (통신선 복원 이후) 기존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미훈련#신중히 협의#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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