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첫 산문집 ‘백지…’ 펴내
“독자에 진실한 이야기 들려줘야”
개인적 결핍-약점, 가식없이 담아
“글을 쓴다는 것을 제가 (억지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힘들지 않기 위해, 편안하게,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 글을 써야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소설가 최은영(42·사진)에게 글쓰기는 생존에 가깝다. 참치가 호흡하기 위해 계속 헤엄쳐야 하는 것처럼. 등단 13년 만에 처음으로 산문집 ‘백지 앞에서’(문학동네)를 최근 펴낸 최 작가는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글을 쓰지 못할 땐 사는 느낌이 안 든다”고 했다. 생존 욕구에 “계속 굴복하는 방식”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설명이다.
산문집엔 작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 열 편이 담겼다. 최 작가는 2013년 단편소설 ‘쇼코의 미소’로 등단한 뒤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장편소설 ‘밝은 밤’에서 담담한 위로를 전해 왔다. 이번엔 “독자들에게 더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었다”고 한다.
“소설은 허구를 통해 말하고 싶은 바를 보여줬다면, 에세이는 직접 말한다는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야기 뒤에 숨어 있지 않고 그 장막을 걷고 나오는 특별한 경험이었죠.”
표제작인 ‘백지 앞에서’엔 스스로 재능 부족과 슬럼프를 토로하면서도 결국 글쓰기에 투신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면모가 드러난다. 이 밖에도 책 속엔 갑상선암 투병기, 외모 콤플렉스 등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개인적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최 작가가 산문집에서 각별히 신경 쓴 점은 “가식 없는 글”을 쓰는 행위였다고 한다. 그는 “작가가 됐을 때부터 진실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기 위해선 내가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결핍과 약점을 드러낸 이유는 자칫 “(독자에게) 가르치듯이 글을 쓰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글을 쓰는 건 나쁜 글쓰기란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답지 못하고, 자랑스럽지 못하고, 부끄러운 부분들을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듯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최 작가는 차기작으로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한 문예지에서 연재하고 있는데, 내년에 완성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에 정말 깊은 곳까지 가고 싶어요. 그래서 읽는 이들이 ‘이 사람은 하나의 세계야. 이 사람만의 영혼이 있어’라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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