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무역 갈등과 이란 전쟁, 대만 문제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8년 6개월 만이며, 두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 이후 6개월 반 만이다. 시진핑 주석은 “양국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대국(大國) 간 공존의 길을 가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오랜 친분을 강조하며 “환상적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 간 만남은 화려한 환대와 수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으나 비공개 회담에선 대결과 경쟁, 혼란 속에 있는 미중 관계의 현실을 반영하듯 뼈 있는 언사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한 쐐기라도 박으려는 듯 “잘못 처리하면 충돌해 미중 관계 전체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단호히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이 15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회담 결과를 평가하기는 섣부르나 이번에도 뚜렷한 진전 없이 무역 갈등 휴전 연장과 이란 전쟁 관련 원론적 합의 등 양국 관계가 충돌로 가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수준에서 서로 만족한 듯하다.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기존 패권국과 신흥 도전국 간 전쟁의 불가피성을 일컫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한 대목은 특히 눈에 띈다. 시 주석은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열 수 있을지 역사와 세계가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부터 미중 간 외교 현장에서 흔히 오가던 주제지만 어수선한 작금의 세계질서 속에서 시 주석이 다시 제기한 게 예사롭지 않다. 쇠퇴하는 미국을 향해 대등한 힘을 가진 파트너로서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G2 협력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촉구성 메시지로 들린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한층 불리한 처지에서 이번 회담에 임했다. 대이란 전쟁 두 달 반이 되도록 종전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데다 무역 전쟁에서도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 맞설 카드를 찾지 못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터에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수출 같은 성과가 무엇보다 아쉬웠을 것이다. 지정학적 전략경쟁과 경제적 상호의존이 엮여 있는 미중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공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두 정상은 올해 최소 세 차례는 더 만난다. 패권국과 도전국 간 아슬아슬한 공존이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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