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훈련 연기론에 정부도 여당도 사분오열… 北이 웃는다

동아일보 입력 2021-08-06 00:00수정 2021-08-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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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74명이 어제 성명을 내고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등 상응 조치를 끌어내는 협상카드로 연합훈련을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한미 간 합의된 훈련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군 지휘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 측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말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정부는 정부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나 여당의 공식 입장은 한미가 합의한 만큼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정을 조정하기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불가피론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훈련에 참석할 미군이 대부분 한국에 입국해 예비훈련 단계에 들어간 상태로 사실상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태도도 내부 엇박자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실시 여부에 대한 분명한 지시 없이 군 지휘부에 ‘신중한 협의’를 주문했다. 미국과 협의해 가능하다면 훈련을 미뤄보거나 최소화하도록 해보라는 취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러니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공개적으로 훈련 연기론을 제기하고, 국회에선 여당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여론전에 나서는 등 들썩이고 있다.

이 모든 게 북한의 통신선 복원과 훈련 중단 압박이라는 화전(和戰) 양면전술에 휘둘린 결과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끊었던 통신선을 다시 연결한 뒤 연합훈련을 하면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거기에 우리 정보기관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거론하며 신빙성을 얹어줬다. 이젠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 북한 눈치를 보고 환심을 사려 한다. 이런 자중지란 속에 북한이 그간 자행했던 패악들은 모두 잊히고 헛된 기대감만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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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연합훈련이 연기라도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북한의 상응 조치를 전제한 조건부라 할지라도 결국엔 북한 협박이 무서워 국가안보를 위한 정례적인 방어훈련을, 그것도 컴퓨터 도상훈련으로 축소된 최소한의 훈련까지 포기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러니 북한은 한국을 더욱 우습게 보고 기고만장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과 협의할 문제’라며 슬쩍 동맹에 그 책임을 미루는 듯한 한국의 행태를 미국은 과연 어떻게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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