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서울과 경기도 교외에 우후죽순 늘고 있는 대형 ‘빵 카페’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고액 자산가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대규모 빵 카페를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앞서 관련 실태 점검과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다. 상속세 부담 없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자가 10년 이상 경영한 사업체를 물려줄 때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대상 업종은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음식점, 제과점, 유치원, 병원 등이다. 커피 전문점이나 미용실, 주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자산가가 이 허점을 파고들었다.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대형 커피 전문점을 열고 외부에서 빵을 사다가 팔면서 업종은 제과점으로 등록하는 식으로 ‘빵 카페’를 창업해 세금을 피한 것이다. 서울 근교 300억 원 상당의 땅을 자녀에게 물려주면 136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여기에다 대형 빵 카페를 차리고 ‘10년 운영, 상속 후 5년 유지’라는 가업승계 조건을 충족하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러니 탈세 수법으로 입소문이 난 것이다. 현장 실태조사를 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일이다. 2024년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한 기업이 5년 전에 비해 145%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세청 조사가 한발 늦은 감이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중소기업의 9.2%만이 자녀 승계를 완료했다. 물려줄 계획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한 주된 이유로 ‘기업 하기 힘든 환경’(42.8%) ‘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서’(28.9%)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24.7%)을 꼽았다.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폐업하면 일자리와 기술도 함께 사라진다. 가업승계 지원 제도를 악용한 탈세는 철저하게 엄단해야 한다. 편법(便法)이 파고들 빈틈을 줘선 안 된다. 하지만 고용과 기술을 지키는 가업 물려주기에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 대상을 친족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제3자 승계로 확대하는 입법 등도 서둘러야 한다. 가업승계는 ‘부의 세습’보다 ‘기술과 고용의 전수’를 위해 촉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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