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유영민, 친화력 좋아 ‘밤의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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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편]文 ‘마지막 비서실장’ 유영민 임명
“생산성 있는 비서실” 효율 강조
백신 대응 불통 논란 의식한 듯…“대통령에 바깥 의견 전달할 것”
대기업 임원-과기부 장관 지내…‘정치색 옅고 추진력 강해’ 평가

유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취임 포부를 밝히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에 
입장하고 있다. 임종석, 노영민 전 실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세 번째 비서실장을 맡게 된 유 실장은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유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취임 포부를 밝히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에 입장하고 있다. 임종석, 노영민 전 실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세 번째 비서실장을 맡게 된 유 실장은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무엇보다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와 의견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에게 부지런히 전달하겠다.”

유영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임명 직후 일성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국면 등에서 불거진 불통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을 어려워했던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달리 유 실장은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유 실장 임명 뒤 주변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일했던) 유 실장에게 내가 붙인 별명이 ‘밤의 총리’다. 국무위원 간 모임을 자주 주선했다”며 “친화력이나 일을 해결해 가는 능력이 굉장히 시원시원한 분”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무위원도 “(오전에 열리는) 국무회의가 끝나면 유 장관이 ‘점심 약속 있느냐’며 자주 ‘번개’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노 전 실장도 이런 유 실장의 친화력을 언급하며 “난 노(NO)영민인데 유 장관은 유(有)영민”이라는 농담을 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바깥의 목소리를 너무 모른다”는 지적을 감지하고 있던 문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말을 함께할 비서실장으로 기업인 출신이면서 관리형, 실무형인 유 실장을 선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한국판 뉴딜 등에서 내년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유 실장은 이날 임명 직후 인사말에서 “코로나와 민생경제가 매우 엄중한 때에 부족한 제가 비서실장이라는 중임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참 두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빠른 시간 내에 현안들을 잘 정리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고, 통합과 조정을 통해 생산성 있는, 효율 있는 청와대 비서실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올 하반기부터 대선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을 강조한 것이다.

직접 브리핑에 나서 후임인 유 실장을 소개한 노 전 실장은 2007년 3월 노무현 정부 비서실장 취임 당시 문 대통령의 메시지였던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한다.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 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는 발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유 실장은 경제 행정 정무 등 여러 분야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이라며 “코로나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4차 산업혁명 선도 등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했다.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한 유 실장은 LG전자 평사원에서 임원까지 오른 기업인 출신이다. LG CNS 부사장을 거쳐 포스코ICT 총괄사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지냈다. 유 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LG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해당 부서 임원을 지내는 등 노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단으로 활동했던 유 실장이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2016년 총선에서부터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유 실장을 11번째 영입인재로 소개하며 “경제혁신의 전도사”라고 추켜세웠다. 유 실장은 당시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17년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디지털소통위원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엔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고, 올 4월 부산에서 21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여권 일각에선 유 실장의 임명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노 전 실장 교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하마평에 올랐던 상황에서 부산 출신이지만 정치적 색채가 옅은 유 실장이 발탁됐기 때문. 친문 소장파와 중진, 이른바 ‘부산파 라인’에서 각각 후임 비서실장을 추천한 가운데 결국 부산파 라인이 우세를 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임기 말일수록 더 신중해야 하는 만큼 굳이 측근 기용의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진중하면서도 소통이 탁월한 유 실장을 기용하면서 최근의 위기를 안정적으로 잘 추스를 수 있는 인사를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유영민#친화력#밤의 총리#마지막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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