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책실장 빠진 靑참모진 교체로는 국정 一新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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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교체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 후임엔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됐다. 전문경영인 출신을 청와대 3기 사실상 마지막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 성과 위주로 국정을 챙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전임 비서실장은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화난 부동산 민심에 불을 질렀고, 친문 진영의 시각에 갇혀 문 대통령의 불통 논란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했다. 유 실장은 “바깥의 여러 정서, 어려움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할 일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대통령의 판단에 잘못이 있을 때는 자리를 걸고 과감하게 직언해야 한다.

민정수석에는 문재인 정부 처음으로 검찰 출신인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임명됐다. 돌려 막기 비판도 나오지만, ‘민정수석은 검찰 출신이 아닌 인사로 한다’는 원칙을 고집하지 않은 데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검찰을 바람직하게 개혁하기 위해서도 민정수석은 최소한 검찰을 알고 필요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신임 민정수석은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검찰 간에 소모적인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잘 조율할 책임이 있다.

후속 개각과 청와대 개편의 핵심은 경제 라인업이다. 경제와 민생 분야에 있어서 정책실장은 비서실장보다 더 중요한 자리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이 크고, 고용 창출 등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 실장이 사의를 표시했는데도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하루빨리 교체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휘둘려 경제사령탑으로서 리더십을 잃은 지 오래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바꿔야 함은 물론이다.

올해는 사실상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다. 정권 재창출에만 매몰돼 국가재정이나 시장경제에 독이 되는 정책을 남발하다가는 레임덕을 재촉할 뿐이다. 청와대와 내각의 역량을 온전히 코로나사태 극복과 민생 살리기에만 쏟아부어도 1년은 금방 지나간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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