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文정부 향한 원망·배신감 불길처럼”…친문 “주문 외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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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발표된 당정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 지원 방침에 이 같이 밝혔다. 전 국민 지급 방침을 고수해온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원망과 배신감’까지 언급하면서 여권에서도 파장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백성은 가난보다도 불공정에 분노한다’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란 말을 인용하며 “맹자도 다산도 정치에선 가난보다 불공정을 더 걱정하라고 가르쳤다”하면서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했다.

이런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여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명성 확보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파급력이 큰 재난지원금 문제를 통해 이낙연 대표는 물론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주문을 외우는 것이냐”는 불만도 감지됐다. 한 친문 인사는 “정책 결정의 책임이 없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가적 재난 수습을 위한 정책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연관시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신동근 의원도 “(이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은 철학으로 보나 정책으로 보나 납득이 안가는데 왜 미련을 못버리시는지 참 딱하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정부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구가 지원책이 국민께 신속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집행을 지휘해 나갈 것이며,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 불안과 갈등, 연대성 훼손 등 1차와 달라진 2차 선별 지급의 결과는 정책 결정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의 공개 반발에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일부 참모들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지사가 결국은 맞춤형 지원을 수용한 것”이라면서도 “정치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격한 언행을 이어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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