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스마일’ 丁 총리, 기재부에 이례적 쓴소리…“‘뒷말’ 바람직하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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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공식 입장을 냈는데도 일부 기획재정부 공직자들이 뒷말을 하고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에 대해 여전히 반대 의견이 있는 기재부를 향해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기재부 공직자들이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없다’, ‘기재부 입장은 변한 게 없다’ 등 뒷말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는데도 국민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전날 당정이 합의한 전 국민 지급 및 자발적 기부를 통한 재원 확충안에 대해 기재부 내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데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 그러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이 같은 뜻을 기재부에 정확하게 전달해달라”고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용범 1차관에게 말했다. 김 차관은 “앞으로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스터 스마일’이란 별명처럼 좀처럼 화를 내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정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국면 속에서 필요하다면 쓴소리를 내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여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정 총리는 2월 마지막 주 국무회의에서는 ‘마스크 대란’ 수습 대책을 보고받던 중 돌연 “정회를 선포한다”며 회의를 중단시켰다. 한 국무위원은 “국회 본회의도 아니고, 국무회의가 중간에 정회되는 건 처음 봤다”며 “각 부처 대책이 마음에 안 들었던 정 총리가 일부러 회의를 중단시킨 뒤 기재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을 따로 불러 강하게 질책했다”고 했다. 당시 기재부는 마스크 구매 ‘홀짝제’를 들고 왔지만 정 총리는 “국민의 절반이 매일같이 약국 앞에 줄을 서라는 거냐”며 ‘마스크 5부제’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 정 총리는 앞서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구에 약 20일 간 상주하면서 직접 군 등 관계기관과 주요 기업들을 접촉해 병상 및 생활치료센터를 확보하기도 했다.

23일부터는 코로나19 이후의 사회·경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간담회인 ‘목요대화’를 시작했다. 정 총리가 취임 전부터 제안했던 갈등해결 모델인 목요대화는 앞으로 6차례에 걸쳐 각 분야 원로들과 함께 진행된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가 코로나19 국면에 이어 이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면서 ‘코로나 극복 총리’로 브랜딩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코로나19 국면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지원금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3월 초 김 지사가 ‘전 국민 100만 원 지급’을 제안한 뒤부터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강하게 반대해 문 대통령도 유보적이었지만, 김 지사가 공식 제안하면서부터 문 대통령이 챙겨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전국 기조자치단체장 전수조사 등을 거치며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을 굳혔다.

당청이 전 국민 지급과 함께 재정확충안으로 제시한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 역시 김 지사가 이달 초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제안한 내용. 여권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의 시작과 끝이 모두 김경수라는 말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 보니 이런 문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친문 진영에서는 상황에 따라 김 지사가 차기 대권 레이스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 지사가 ‘댓글조작 공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다. 한 친문 진영 인사는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김 지사의 정치적 활동 폭은 지금보다 넓어질 것”이라며 “직접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핵심 승부처인 부산·경남 지역에서 김 지사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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