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정권 ‘김현희 송환’ 대선에 이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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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1988년 외교문서 공개

전두환 정부가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전 국내로 데려오려고 노력한 정황이 30여 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후폭풍을 우려해 정부가 북한과 ‘고위급 교신’을 주고받은 뒤 이를 공개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외교부가 31일 공개한 1988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KAL기 폭파 사건 직후 김현희가 붙잡혀 있던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는 바레인 측과의 면담 뒤 “늦어도 1987년 12월 15일까지 김현희가 한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는 바레인 측으로부터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그해 대선이 12월 16일이었다.

박 차관보는 같은 해 12월 10일 “마유미(김현희의 일본 이름)의 인도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민감(delicate)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마유미의 인도가 선거 이후로 되도록 미국(입김)이 바레인 측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마유미의 인도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측에 너무 소상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전두환 정부가 북한과 주고받은 1987년 2월 정치·군사 고위급 회담 개최에 관련한 회신의 발표 시점을 박종철 49재(3월 3일)로 늦춘 정황도 포착됐다.

88 서울 올림픽 관련 각종 외교비사도 있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의 참가를 위해 88 올림픽의 남북 분산 개최를 북한에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이 경기를 반반 나누어 개최하자고 한다든가, 육상 같은 주요 경기를 주면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는 한국 측의 우려에 사마란치 위원장은 “양궁 같은 작은 경기가 그것(분산 개최 종목)이고 모든 주요 경기와 개·폐막식은 서울에서 열릴 것”이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1988년 2월 일본 주간 산케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성인용 삽화를 게재해 발칵 뒤집혔던 사실도 새로 알려졌다. 반나체의 김현희와 이를 희롱하는 전 전 대통령의 그림이 실리자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산케이 서울지국의 즉각 폐쇄 등을 검토하고 취재비자 발행 일체를 중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들어갔던 것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전두환정권#김현희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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