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회담 열자” 액셀 밟는 대북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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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北 평창 참가토록 최선… 북핵 동시해결 위해 우방과 협의”
통일부 “9일 판문점에서 만나자”… 김정은 신년사 28시간만에 ‘화답’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언급한 지 28시간 후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자”며 역제안했다. 정부는 전날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한 지 6시간 후 “환영한다”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이 마주 앉아 평창 겨울올림픽 북측 참가 문제 협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에 회담 주제가 맞춰지겠지만 상황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 간 회담이자,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여 만이다.

조 장관은 “시기, 장소, 형식 등에 구애됨이 없이 북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말했다. ‘9일 판문점’을 제안했지만 북측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남북 당국 회담 개최 문제를 위해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의제, 대표단 구성 등 세부 절차에 대해 협의할 것을 제의한다”며 조속한 응답을 요구했다. 정부는 오후 4시 연락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전화했지만 연결되지는 않았다. 8일이 김정은 생일인 만큼 북한이 회담에 나서더라도 9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북한의 참가로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남북 평화 구축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는 “외교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우방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조 장관은 판문점 회담 제안과 관련해 “미국 등 관련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오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김정은 신년사에 이은 정부의 화답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지난해 11월부터 전개된 남북 간 물밑 접촉의 결과물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2일 동아일보에 “지난해 12월 중국 쿤밍의 남북유소년축구대회를 한 달여 앞둔 11월 9일 북측과 관련 회의를 하면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평창 올림픽 참가 독려 건으로 축구대회에 올 수 있으니 (인사의 급을 맞춰)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북측은 차관급인 문웅 단장으로 격을 맞췄고 이 자리에서 최 지사의 크루즈선 제안이 나왔다고 김 이사장은 덧붙였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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