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위기탈출 3단계 전략… ① 내부 결속 ② 진짜 정권교체론 ③ 준비된 후보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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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청사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문 후보는 청와대를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해 
투명한 정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청사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문 후보는 청와대를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해 투명한 정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오늘 이후로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으면 누구라도 좌시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0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불거진 내부 잡음에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최근 약진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본격적인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으로 ‘1일 1정책 발표’의 기조를 다시 시작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준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3단계 전략’이다.

○ 민주당 내부 결속 박차

문 후보가 이날 당 내부를 향해 강한 경고를 던진 것은 내부 단속 없이는 본선 레이스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문 후보는 이날 서울시청을 방문한 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광화문광장 옆 도로를 폐쇄해 광장을 확대·개편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광화문광장을 역사문화거리로 조성하자고 했는데, 실제는 도로의 중앙분리대처럼 만들어져 아쉬웠다”며 “월대, 의정부 터, 육조거리 등도 부분적으로 복원해 역사문화의 상징으로 만들고, 광장민주주의의 기능과도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광화문 시대 공약’은 박 시장이 추진했다가 박근혜 정부의 반대에 막힌 ‘광화문 재구조화 계획’을 대폭 수용한 것이다. 문 후보는 “박 시장의 아름다운 양보 덕분에 경선을 잘 끝냈고,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 간에도 다시 이제 하나가 됐다”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의 계획이 현실화되면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이 보안상의 이유로 이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미대사관 이전, 교통 대책 등 세밀한 실행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미대사관을 용산 미군기지 철수 후 캠프 터에 이전하는 계획안을 마련하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양대 서영찬 교수(교통·물류공학과)는 “우회로 설계 등 대안을 꼼꼼하게 마련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8일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최성 경기 고양시장과 ‘호프 미팅’을 가진 문 후보는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부겸 의원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선대위 합류를 요청했다.

문 후보가 내부 단속에 적극 나선 것은 안 후보에 대한 대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당 관계자는 “지금 안 후보 상승세의 상당 부분은 문 후보가 경선 경쟁자를 온전히 포용하지 못했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며 “안 지사, 이 시장, 박 시장 지지층을 온전히 껴안아 안 후보 지지층을 줄이고 문 후보 지지층을 늘리겠다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적폐 청산’ 기조 강화

탄핵 국면 이후 ‘적폐 청산’을 강조했던 문 후보는 이날 ‘진짜 정권교체’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그는 이날 첫 선대위 회의에서 “정권을 연장하려는 부패·기득권 세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여러 번 강조했고, 그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 비전과 정책으로 진짜 정권교체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그것으로 선택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안 후보의 약진을 정권 연장 세력의 도움에 따른 것이라는 뉘앙스다.

‘진짜 정권교체’ 강조는 “안 후보의 당선은 기득권 세력이 바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중도·보수층 유권자 공략을 위해 본선에서 ‘적폐’ 기조를 완화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안 후보와 명확한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야성(野性)이 강한 호남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반면 당내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자칫 안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모두 ‘적폐 세력’으로 몰아갈 수 있다”며 “‘집토끼’만 모아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 후보 측은 이런 우려에 “준비된 정권교체”로 맞대응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이날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폐지,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지원제도 등 중소기업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11일에는 통신비 기본료 폐지 등 생활 밀착형 공약과 부산, 울산, 경남 등 지역별 맞춤형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대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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