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정면반격 나선 반기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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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많은 젊은 분들이 왜 남 헐뜯는 데서 기쁨 느끼나”

 
광주 5·18묘지 참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이후 반 전 총장은 대구로 이동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5·18묘지 참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이후 반 전 총장은 대구로 이동해 화재로 피해를 입은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8일로 귀국한 지 1주일을 맞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두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일부 실수를 과장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한 ‘페이크뉴스(가짜뉴스)’에 대해 “왜 남을 헐뜯는 데 기쁨을 느끼느냐”며 강한 어조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닷새 동안 1945km를 오가며 광폭 행보를 했음에도 지지율이 오르기보다 견제만 심해지자 ‘즉각 반격’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악의적 공격에 발끈한 반 전 총장

 
반 전 총장은 18일 오후 대구 한국청년회의소 임원들과 가진 ‘삼겹살 토크’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구설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할 일 많은 젊은 분들이 페이크뉴스를 (만들어) 남을 헐뜯는데 이런 걸 고쳐야 한다”며 “(내가) 정치인이 아니지만 나라도 좀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언급한 가짜 뉴스는 14일 충북 음성군 부친 묘소 참배 당시 일어난 ‘퇴주잔 논란’이다. 반 전 총장은 첫 술잔을 받고 산소 주변에 뿌린 뒤 두 번째 잔을 묘소에 올리고 절을 한 뒤 음복했으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반 전 총장이 버려야 할 퇴주잔을 그대로 마신 것처럼 편집돼 퍼져나갔다.

 18일 조선대 강연에서 “광주는 훌륭하신 충렬공이 탄생한 곳”이라는 반 전 총장의 발언을 두고도 몇몇 언론은 ‘충렬공’을 ‘충무공’으로 잘못 알아듣고 ‘반 전 총장이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곳을 광주로 잘못 말했다’고 보도했다. 반 전 총장이 거론한 충렬공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인 고경명 선생이다.

 반 전 총장은 “약간의 실수도 아닌 걸 갖고 대단한 논란이 되는 것처럼 하는데 제가 신도 아니고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당시 공항철도 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1만 원권을 한 번에 두 장 집어넣으려 하거나 인천공항 편의점에서 수입 생수인 ‘에비앙’을 구입하려 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서민 정서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이날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어느 정도 기틀을 잡았기 때문에 (환영)한 거지 완전히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거듭 반박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측근들에게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하는데, 나쁜 놈들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반 전 총장 측은 “일부 인터넷 언론이 행사 진행을 방해하고 악의적 질문을 퍼부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라고 해명했다.

 
○ 주목에는 ‘성공’, 지지율 연결엔 ‘미흡’

 반 전 총장이 발끈한 건 야권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지지층에 ‘적극 대응’을 호소한 측면도 있다.

 다만 반 전 총장의 귀국 1주일 행보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많은 행보를 소화하면서 선택과 집중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많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논란거리를 만든 측면도 있다. 이날도 대학생들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해외로 진출하고, 정 다른 일이 없다면 자원봉사라도 했으면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주목도가 지지율로 연결되진 않았다”며 “대선 판세를 좌우하는 충청, 중도층, 40대 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 앞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새누리당 충청 의원들이 추가 탈당을 통해 반 전 총장에게 힘을 실을 것으로 알려져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날 “설 연휴 이후 나도 (반 전 총장 지원) 활동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문병기 weappon@donga.com /광주·여수=송찬욱 /홍수영 기자
#반기문#가짜뉴스#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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