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김기춘… “차은택 만남 대통령에 보고” 책임 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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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차은택씨 측 “최순실 지시로 김기춘 만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7일 “최순실 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가 최 씨의 지시를 받고 비서실장 공관에서 자신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도 김 전 실장의 “모른다”는 주장은 이날도 이어졌다.

 그는 다만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 씨를 만난 적은 있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차은택이라는 사람이 정부의 기조인 문화융성과 광고, 이런 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니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공관으로 불렀다”며 “이후 대통령께 ‘만나봤다’고 보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로 차 씨와 연락이 없었고, 그 사람이 하는 사업이나 일에 관여하거나 지원한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의 주장대로 그가 대통령의 ‘지시’로 ‘업무상’ 차 씨를 한 번 만났을 뿐이고, 이후 차 씨에 대한 특혜나 지원 등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김 전 실장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긴 어렵다. 이날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앞세운 이상 검찰의 다음 수순은 박 대통령을 통한 사실 확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법조인 출신인 김 전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최순실 씨를 알긴 알았다’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라도 인정하면 그 다음 수순은 검찰 소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단 끝까지 버티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보도했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76)와 최 씨, 차 씨의 골프 회동도 이날 사실로 확인됐다. 결국 정치권과 사정당국 주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최순실-김기춘-우병우’로 이어지는 ‘3각 커넥션’의 단초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힘’을 알게 된 뒤 최 씨의 전횡을 용인하면서도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직접 만나지 않고 철저히 3인방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의사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김 전 실장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유보적인 태도였다. 김 전 실장이 최 씨와의 인연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차 씨의 진술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줄곧 “김 전 실장과 관련해 특별히 드러난 혐의가 없고 소환도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차 씨의 변호인이 “차 씨가 최 씨의 지시를 받아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폭로하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검찰수사 상황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실장을 불러서 혐의 유무 등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변수다. 다음 달 2일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특검팀에 수사 자료를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김 전 실장에 대한 의혹 규명이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길진균 leon@donga.com·조건희·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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