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00조 예산 빼돌리는 김영란법 위반 국회의원들

  • 동아일보

 사상 최대 규모의 400조 원 내년 슈퍼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이 6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하면 법인세 인상 추진을 늦추겠다고 제안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사로잡힌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응할 엄두도 못 내는 등 제대로 된 여야 협상도 없이 예산안이 굴러가는 상황이다. 이 틈을 노린 듯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역구와 관련된 총 40조 원의 예산 증액 요구안 4000여 건을 비공개회의에서 심사하기로 했다.

 나라 예산의 10%나 되는 금액을 다루면서 여야가 밀실에서 논하겠다는 것은 그들끼리 국민이 알면 곤란한 ‘거래’를 하려는 의도다. 지금껏 각 상임위에서 예산안 감액 심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도 ‘최순실 예산’ 꼬리표가 붙은 예산 수천억 원을 깎으면 지역구 민원사업을 쉽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원들 간의 암묵적 합의 때문이었다. 예산안을 심사하면서도 일부 의원들이 “지역예산을 따왔다”는 홍보자료까지 뿌리는 것이 그 증거다.

 기획재정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지난달 의원들의 ‘쪽지예산’ 부탁을 부정청탁으로 간주하고 2회 이상이면 경제부총리에게 신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엄포에 불과했다. 정부가 예산을 부풀려 짜놓고 국회 지적을 받으면 깎는 식으로 돈 보따리를 쥐고 있으니 의원들이 나랏돈을 빼먹을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자기 지역구로 빼돌리기에 혈안이 된 의원들에게 과연 부패 권력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이 혼란스럽지만 국회는 할 일을 해야 한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프리존법안 처리를 주장했다. 모처럼 옳은 소리가 나왔지만 민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과 정부조차 적극 나서지 않아 법안 통과가 될 것 같지 않다. 정치적 이해득실만 계산하는 의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슈퍼예산을 짜도 혜택은 골고루 돌아오지 않고 나랏빚은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영란법#슈퍼예산안 처리#국회의원#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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