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열차, 도라산역 출발… 유라시아 가로질러 달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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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통일 플랫폼’ 개장

“통일이 되면 독일에서 (유라시아) 열차를 타고 이곳에 자주 오겠습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14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처음 공개된 ‘통일로 가는 플랫폼(통일 플랫폼)’을 방문해 남북통일과 유라시아 철도에 대한 기대감을 이같이 밝혔다. 통일 플랫폼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통일과 유라시아 철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경의선 남측 구간의 최북단 종점인 도라산역에 마련한 문화공간이다. 이 역을 경의선의 종착점이 아닌 남북 협력과 유라시아 철도의 시작점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통일 플랫폼은 분단과 대립으로 끊긴 남북 철로를 다시 잇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함께 달려 나가자는 뜻을 담은 상징물들로 채워졌다. 바닥에는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미래 노선도를 그려 넣었다. 부산에서 중국, 러시아 등을 거쳐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노선도 앞에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남북을 222회 오갔던 화물열차도 전시됐다. 독일 정부가 기증한 ‘베를린 장벽’의 일부, 독일 통일 전 동서독을 오갔던 ‘미군 화차’ 1량도 공개됐다.

이날 도라산역에서 열린 통일 플랫폼 개장식에는 가우크 대통령,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이재홍 파주시장, 여형구 국토교통부 차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연혜 사장은 이날 “이곳이 남북과 유라시아 철도를 위한 교류협력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통일 플랫폼을 찾은 실향민과 새터민들은 철도가 북으로 달리는 날을 간절히 기원했다. 6·25전쟁 때 함경남도 북청군에 가족을 두고 온 김경재 씨(83)는 “이곳에 오니 북의 부모님이 생각나 울컥했다”며 “생전에 부모님께 ‘잘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라산역을 지나는 경의선의 남측과 북측 구간은 2004년 연결이 완료됐다. 남북이 협의만 하면 언제든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해 신의주까지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서울에서 원산을 잇는 경원선도 8월 남측 부분인 백마고지역∼월정리역 구간부터 복원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 러시아 등과 다자(多者)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와 북한을 연결하며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점이 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러시아 외에도 중국, 몽골 등과 협력하면 나진∼하산 철도가 현재 운반하고 있는 유연탄 외에 다양한 품목을 운반할 수 있게 된다”며 “사업의 경제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준기 한신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러시아의 ‘동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성공에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3대 유라시아 구상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공동포럼이나 국가 간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통일열차#독일#유라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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