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습격 당했는데 대사 행방도 몰라… 한심한 외교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리비아주재 대사 1일 귀국… 12일 외교부 “튀니스에 있다”
사건 수습중 대사와 통화 한번 안해
신임대사 13일 튀니스로 떠나… 리비아 잔류 외교관 2명도 철수키로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이 12일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을 당시 정부가 인접국에 머물고 있다던 이종국 주리비아 대사는 현지에 있지 않고 이미 귀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슬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가 처음으로 한국 공관을 공격한 긴박한 상황에서 재외공관장의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외교부는 피습 당일인 12일 오후 기자들에게 “이 대사는 (인사 발령으로) 교대하는 상황인데 현재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치안 상황 악화로 리비아에 있던 한국 교민 대부분을 제3국으로 철수시키면서 수도 트리폴리에 있던 한국대사관도 튀니스로 임시 이전했다. 트리폴리에는 일부 공관원이 남아 튀니스와 2주 단위로 교대 근무해 왔다.

하지만 이 대사는 지난달 31일 귀국하겠다고 서울에 전문(電文)을 보냈고, 실제로 1일 국내에 들어왔다. 결국 이미 귀국한 이 대사가 튀니지에 있다며 외교부가 ‘거짓 브리핑’을 한 셈이다. 피습 뒤 후속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공관 책임자와 단 한 번의 통화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현장 상황 파악이 급선무여서 대사가 머물던 튀니스가 아니라 트리폴리에 있던 문모 참사관과 주로 연락을 취했다”고 해명했다. 또 공관장이 귀국한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건 수습에 경황이 없어 임무를 교대 중인 이 대사가 아직 현지에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쟁지역 공관장이 귀국한다는 보고를 주무부서가 수신하고도 주의 깊게 보지 않았고 귀국 후 10일이 지나도록 귀국한 사실도 몰랐다는 점은 공관장의 근태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은 이 대사가 국내에 들어온 사실을 13일 오후에야 제대로 파악했다. 이 대사가 이날 “리비아 대사관이 공격당해 놀랐다”며 아중동국장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 대사가 8일 서울에서 후임자를 만나 인수인계도 했는데 본부만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 대사의 경우 후임자가 정해져 귀국이 예정돼 있었고 사전 보고도 했기 때문에 귀국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리폴리에 잔류한 대사관 직원은 시내를 장악한 이슬람계 민병대를 상대하며 교민 안전을 책임지고, 튀니스의 임시 대사관은 동부로 쫓겨난 리비아 정부를 상대하는 이원 체계였다. 신임 김영채 대사는 피습사건 발생으로 예정보다 하루 당겨 13일 튀니스를 향해 떠났다.

한편 외교부는 14일 트리폴리에 잔류하던 외교관 2명을 튀니스로 철수시키기로 했다. 리비아에 잔류한 교민 33명을 보호하기 위해 대사관을 운영해 왔으나 대사관이 직접 IS 추정 세력에게 공격당하는 초유의 사태로 대사관 직원 전원을 튀니스로 임시 이전시키는 것이다.

군사전문 민간단체 IHS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IS가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것은 한국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반(反)IS 작전을 지지하고 인도적 구호활동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