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대화록 논란]문재인 “문제될 내용 없다”… 노무현의 판도라상자 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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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자료 공개” 배수진 카드 반격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1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전면 공개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여야 합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의 진위가 가려질지 주목된다.

○ 문재인 공개 제안 왜?

문 의원이 대화록 전면 공개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화록 공개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확실히 문제가 될 발언을 했으니까…”라는 쪽으로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여론전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배수진(背水陣)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자 10·4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상황에서 대화록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문 의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NLL 발췌록’을 열람하고 해당 내용을 언론에 알리자 김한길 대표와의 통화에서 “문제없다”는 태도를 밝혔으며 몇몇 의원과 만나서도 “문제될 게 없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응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특히 정상회담 대화록뿐만 아니라 녹음테이프, 준비회의 회의록, 회담 이후 각종 보고 자료까지 모두 공개하자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부 공개된 발췌록 내용도 평소 노 전 대통령의 화법에 비춰 볼 때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니냐”며 “문 의원도 원문이 공개돼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해당 내용을 보면 국민도 이해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화록이 공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부담 때문에 정부 여당이 결국 공개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정상 간 비공개 대화 내용이 정쟁의 과정에서 공개되면 앞으로 어느 정상이 회담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문 의원도 성명에서 “정쟁의 목적으로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되는 데 대한 모든 책임을 새누리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곧 한중 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또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화록 공개라는 선례를 남길 경우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대통령기록물 공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 필요

문 의원이 대화록 공개를 제안했지만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문 의원은 성명에서 “대화록 공개는 반드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 절차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20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154명이어서 적어도 민주당 의원 4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먼저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대화록 공개에 합의해줄 가능성은 낮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새누리당만으로는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제안한 것”이라며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 의원의 제안을 환영한다”면서도 “국정원 국정조사는 (민주당 측의) ‘매관공작 의혹’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등에 대한 검찰조사가 끝나면 실시하고, 대화록 공개는 전제 조건 없이 즉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선(先) 국정조사’를 고집하는 상황이어서 문 의원의 전격적인 제안에도 불구하고 양당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대화록 공개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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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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