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국제화보다 외화자산 효율운용으로 換위험 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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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동아국제금융포럼]‘소규모 개방경제’ 한국의 대응전략

‘2013 동아국제금융포럼’의 전략토론은 글로벌 환율전쟁에 맞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전략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일본 미국 스페인 등의 금융기업 전문가들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13 동아국제금융포럼’의 전략토론은 글로벌 환율전쟁에 맞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전략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일본 미국 스페인 등의 금융기업 전문가들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코앞의 위기에서 원화 국제화, 세계적 투자은행(IB) 육성 같은 뜬구름 잡는 목표는 되레 걸림돌입니다. 어떻게 외화 자산을 굴리고 환(換) 위험을 피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2013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순서로 ‘전략토론’이 꼽혔다. 이 토론의 주제는 ‘글로벌 화폐전쟁에 대한 한국의 정책 대응방향과 한국 금융기업의 대응전략’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등 기축 통화국들의 ‘환율전쟁’ 틈바구니에서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인 한국은 향후 1, 2년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원-엔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7억 달러(약 7910억 원)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의 위험관리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토론 현장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 “일본 기업의 성공·실패 참조해야”

토론 기조발제에 나선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글로벌 시대에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환율 변동은 상수(常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 차관보는 “엔화 강세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시행한 여러 대책이 엔화 가치 하락으로 열매를 맺었다”며 “장기간 엔화 강세를 겪어온 일본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냉정한 현실 인식을 주문한 전문가도 많았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홍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가 계속 흑자인데도 대외채무가 늘어나고 있고, 수출 중심의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라며 “기축 통화국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IB를 육성하는 것보다 자산관리 능력을 키우는 게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한국이 보유한 상당 규모의 외화 자산을 어떻게 잘 운용할지 궁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은행인 BBVA 한국지점의 이응백 대표는 “환율 위험 관리를 너무 지나치게 하면 오히려 돈을 벌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실제 남유럽 국가의 대형 은행들은 위험도가 극히 낮은 만큼, 위험 요소를 분산한 뒤 모험을 일부 감수하는 헤지펀드 운용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국제금융 시장 상황을 화폐 전쟁으로까지 단정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 차관보는 “각국이 서로 자국 화폐 가치를 끌어내려 맞대응할 경우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도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개입 경쟁과 환율 전쟁은 다르게 봐야 한다. 경쟁은 모두의 실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 “달러당 110엔 가면 경상흑자 300억 달러 줄어들 것”

토론을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노믹스’가 한국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호기심과 긴장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6월과 비교해 원-엔 환율은 이미 30%가량 상승했다”며 “연말에 달러당 110엔까지 오른다는 건 원-엔 환율은 4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한국 경제가 선방한 건 원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올해 말 달러당 110엔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300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증권 상무는 “원화가 저평가됐던 지난 몇 년이 오히려 예외적인 시간이었다”며 “향후 1, 2년간 환율 변동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어떻게 대처할지가 금융사와 기업 모두에 큰 숙제”라고 조언했다.

임 실장은 “환율경쟁은 오히려 주요국들이 내수 부양을 위해 그만큼 동일하게 노력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다만 세계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더라도 한국에 예민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 만큼 여러 위험요인을 면밀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황형준 기자 january@donga.com
#동아국제금융포럼#원화#외화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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