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특단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다.”(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고받기’를 할 여지가 없었다. (한국의) 준비가 미흡했다.”(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 원자력협정, 한미 정상이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최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런 비판과 지적이 잇따랐다. 세미나는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봉근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협상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협정의 유지를 바라는 미국에 맞서 개정을 요구하려면 최소한 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최근까지 그 어느 누구도 이 문제가 국가 최고 어젠다라고 생각한 적조차 없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얻어내기 위해 30년을 국가 차원에서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대국민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승윤 부산대 교수는 “국민 대다수는 협정의 내용이 평화적 이용인지, 군사적 이용인지조차 모른 채 심정적으로 핵 무장론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황일순 교수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그 여세를 몰아서 미국을 몰아붙여야 할 절호의 시기에 정부 내 소수가 뭔가 비밀 협상하듯이 쉬쉬 숨기고 있어 아쉽다”며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내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한 핵 무장론이 협상에 미친 영향을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조윤영 중앙대 교수는 “핵 무장론은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불협화음만 내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핵 위기가 고조된 시점에서 국제사회의 의구심에 주눅 들거나 위축될 필요가 없다”며 “(핵 무장론은) 남북 분단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반세기 동안 존재해온 주장인 만큼 정부가 여론을 잘 수렴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원자력협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쪽으로 합의된 만큼 그 기간에 공론화와 기술적 검토를 비롯한 전반적인 협상 준비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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