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룰’ 확정 이후… 非朴3인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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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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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대선주자 3인(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의 고민이 깊다. 당 지도부는 25일 경선 일정을 당헌·당규대로 진행하겠다고 의결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9일까지 경선 룰을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논의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전혀 없는 상태다. 비박 주자 3인이 대선행보를 계속 이어갈지, 공언한 대로 경선에 불참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경선 룰을 논의하겠다는 것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다음 달 9일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치고 나가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 김문수, ‘수원 회군(回軍)’ 하나

당 안팎에선 비박 주자 3인 중 김 지사의 결심 시기가 가장 빠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그의 측근들도 “상황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지사에게는 ‘수원 회군’이란 확실한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도지사직을 유지하며 대선 행보와 도정을 동시에 해온 만큼 경선을 접을 경우 다시 도정에 전념하면 된다.

다만 경선에 불참하더라도 자신이 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을 강력히 요구했는지 다시 한 번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측은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민주주의를 세우는 한편 당의 필승카드로 제시한 것인데 게임의 룰로만 비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포스트 박근혜’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2017년 66세인 김 지사에게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지지층에게 떼쓰는 듯한 이미지를 남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 지사는 25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상가를 방문한 뒤 김용태 의원, 차명진 전 의원, 한오섭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최측근들과 함께 늦은 밤까지 통음하며 향후 행보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 이재오, 박근혜 지지 거부?

오픈프라이머리를 고리로 비박 연대를 제안하고 끌고 온 사람은 이재오 의원이다. 비박 후보 3인은 각각 1, 2%의 낮은 지지율 속에서도 경선 불참 카드를 던지며 경선 룰을 이슈화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 지도부가 예상 밖으로 강경하게 나오면서 비박 연대는 사실상 지리멸렬했다. 당 지도부를 압박할 다른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이 의원이 마지막 히든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꼭 6·25처럼 기습하네. 허 참 끝났네. 깜이 엄마도 뭘 준비한다나”라고 썼다. ‘깜이 엄마’는 이 의원의 지역구에 사는 유권자다. 간접화법을 썼지만 자신이 무언가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 의원 측은 “탈당은 없다”고 공언했다.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이 경선 불참을 선언하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지지 거부를 선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49박 50일 민생투어를 마치는 7월 4일 이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 정몽준, ‘또다시 중도하차?’

정몽준 전 대표는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초청 강연 뒤 기자들을 만나 “특정 개인이 당내 후보가 되는 게 목적이라면 자멸의 길이다. 제가 (경선에) 참여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경선 불참 의사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정 전 대표 캠프에서는 “그럼에도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중도하차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 전 대표 측은 “다른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김문수#이재오#정몽준#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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