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하는 19대 국회]19대 開院 본회의 무산… 출발부터 ‘국회법 위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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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기현(왼쪽),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설전을 벌였다. 여야는 19대 국회 법정
 개원일인 이날까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타결하지 못해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누리당 김기현(왼쪽),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회담을 열고 설전을 벌였다. 여야는 19대 국회 법정 개원일인 이날까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타결하지 못해 본회의를 열지 않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일 예정됐던 19대 국회의 개원식을 겸한 첫 본회의가 무산됐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17일 새누리당과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 소집에 합의했으나 이날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이 출구를 찾지 못한 탓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을 위해 5번째 만났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서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먼저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나 국토해양위원회, 정무위원회 중 한 곳의 위원장을 요구한다. 문방위는 방송사 파업사태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 등을 다룰 곳이다. 민주당으로선 입맛을 다실 만하다. 물론 새누리당 처지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파급력이 큰 방송 관련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주기는 힘들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 씨 부부가 삼화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무위원장을 차지해 이 문제를 대선까지 이슈화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이 정무위와 문방위를 이용해 정치 굿판을 벌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두 상임위는 민주당에 절대 넘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렇다고 각 지역의 개발사업이 걸려 있는 국토위원장 자리를 내주기도 쉽지 않다. 당장 새누리당 의원 150명 중 국토위를 1지망으로 신청한 의원이 38명이다. 그만큼 ‘노른자’ 상임위란 얘기다. 특히 국토위원장을 내주면 기존의 지식경제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과 함께 실물경제 관련 상임위가 모두 야당 몫이 된다.

그래서 나온 카드가 국방위원회나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양보하는 안이다. 두 상임위 정도면 야당이 군침을 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당장 이재오 의원은 외통위원장 또는 국방위원장을 야당에 주는 방안에 대해 “정신이 나간 건지 정권 재창출을 포기한 것인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알짜 상임위’인 문방위나 국토위 대신 정무위를 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뜻밖에 안보 관련 상임위를 협상 카드로 내밀자 내심 쾌재를 부르는 분위기다. 협상의 선택지가 넓어진 측면도 있지만 “안보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정당이 박 전 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정무위 대신 안보 관련 상임위를 내놓았다”며 공세를 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새누리당의 요구도 민주당으로선 ‘수용 불가’다. 새누리당은 법제사법위원장과 국토위원장을 맞바꾸는 ‘빅딜안’도 내놓았다. 국회선진화법으로 가뜩이나 법안 처리가 힘든 상황에서 ‘상원 상임위’인 법사위마저 야당이 틀어쥐면 다수당의 프리미엄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18대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 등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 무려 188건이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본회의로 올라가지도 못했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으면서 국회의 입법 기능이 일부 마비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마저 법사위원장의 직무유기로 본회의 회부가 봉쇄되면서 해당 상임위의 권한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른 상임위원장을 얻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

이날 본회의 무산으로 19대 국회는 15대(1996년), 18대 국회(2008년)에 이어 또다시 개원일을 지키지 않은 국회가 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첫 본회의는 5일, 원 구성은 8일까지 하도록 돼 있다. 19대 국회 역시 ‘입법기관인 국회부터 법을 지키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19대 국회#개원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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