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문 속 ‘서울모임’은 경기동부연합”… 법원 일심회 판결문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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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임을 튼튼히 꾸리고 그들의 역할을 높여 광범한 당원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방법으로 당직을 장악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북한 노동당의 대남공작기관 대외연락부(2009년 225국으로 개명)가 2005년 12월 6일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포함된 간첩단 ‘일심회’에 보낸 지령문의 한 대목이다. 북한은 지령을 통해 경기동부연합 실세인 이용대 씨를 내세워 민노당 정책위원회를 장악하라는 등 민노당 당직 선거에 개입했다.

▶본보 19일자 A1면 2005년말 北 “경기동부 이용대 박아넣어라”…

A3면 北지령 받아 이용대 정책위의장 뽑은 선거도 부정 의혹


‘서울모임’은 주체사상파 운동권그룹의 분파인 자주민주통일운동그룹(자민통)이 주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서울중앙지법 25형사부의 일심회 1심 판결문에 “NL계(민족해방계열)의 비공개 모임”이며 “민노당 서울시당의 ‘범(汎)자민통’ 모임”으로 시작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례대표 사퇴 요구를 거부한 이석기 당선자도 자민통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에 따르면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지역지부로 시작한 경기동부연합과 인천연합 등이 서울모임에 가담했으나 인천연합이 탈퇴하면서 경기동부연합이 서울모임을 주도했다. 경기동부연합과 서울모임, 광주전남연합을 포함해 범경기동부연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만 서울모임은 전국연합의 지역지부인 서울연합과는 전혀 별개의 조직이라는 게 검찰 분석이다.

지령 중 서울모임 부분은 “서울시당 선거는 이미 계획하고 있는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는 내용에 이어 나온다. 북한이 일심회에 중앙당 당직뿐 아니라 ‘경기동부연합 주도의 비공개 조직을 통해 서울시당 당직까지 장악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이다.

일심회 총책인 장마이클(장민호)이 2005년 8월 일심회 조직원이었던 이정훈 당시 민노당 중앙위원으로부터 서울모임의 결성 결과를 보고받은 뒤 같은 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이를 보고하자 김 지도원이라 불린 공작원이 “서울모임을 더욱 발전시켜 민노당 서울시당을 장악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내용까지 판결문에 명시돼 있다.

판결문엔 이정훈 씨가 장 씨에게 “서울모임의 핵심이 이상규”라고 말한 내용도 나온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당선자(관악을)다. 이 당선자는 2006년 1월 민노당 서울시당 선거에서 사무처장으로 당선됐다. 이에 이정훈 씨는 2006년 3월 장 씨에게 “사무처장에 이상규 동지가 당선돼 전체적으로 좌파+자민통의 통합적 성격 집행부”라고 보고했다. 이 당선자도 자민통 출신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상규 당선자는 이석기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출신이기도 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통합진보당#일심회#경기동부연합#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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