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얹은 사람들이 탈당 요구”… 친이, 쌓였던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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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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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박근혜 비대위’ 향해 직격탄

“김종인 해임” 서명 받는 차명진… 30여 명 참여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왼쪽)이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해임요구서 서명을 받고 있다. 왼쪽 서명부에 차 의원과 심재철, 임동규, 윤진식, 이춘식, 이은재, 원희목, 정양석, 안효대, 최병국 의원의 이름이 보인다. 서명한 의원은 30여 명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종인 해임” 서명 받는 차명진… 30여 명 참여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왼쪽)이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해임요구서 서명을 받고 있다. 왼쪽 서명부에 차 의원과 심재철, 임동규, 윤진식, 이춘식, 이은재, 원희목, 정양석, 안효대, 최병국 의원의 이름이 보인다. 서명한 의원은 30여 명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해 5월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친박(친박근혜)계와 소장파에 당권을 내준 채 분을 삭여오던 친이(친이명박)계가 드디어 폭발했다. 그동안 당의 위기 상황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원 인선, 각종 쇄신 방안 등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반기를 들지 못했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의 입에서 ‘이명박 대통령 탈당’ 주장까지 나오자 이제까지 쌓였던 게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당내 현안에 침묵하던 친이계 핵심 이재오 의원(사진)이 직접 나선 것부터 심상치 않다. 이 의원은 19일 오전 트위터에 “허허허, 탈당이라…. 한 번도 지역구 국회의원을 안 해봐서 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인지…”라며 김 위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 위원은 전국구(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 4선을 했다. 이 의원은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갈수록 가관”이라며 김 위원의 배후에 박 위원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가 잇달아 열리자 친이계는 행동에 나섰다. 차명진 의원이 “김종인 씨는 도저히 한나라당의 운명을 맡을 비대위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해임요구서를 만들어 동료 의원들에게 돌리자 순식간에 30여 명이 서명했다.

이 의원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 모인 기자들 앞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10년간 당을 지키고 정권을 창출한 사람들이 있는데 (대통령 탈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숟가락 하나 얹었지 무슨 일을 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기자들이 “김 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냐”고 묻자 “알아서 해석하라”며 사실상 시인했다.

이어 “나를 갈등의 중심에 세우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대통령을 갈등의 중심에 세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비대위원이 의견을 말하면 비대위의 얘기로 들리는 만큼 비대위 전체 의견이 아니면 그런 말을 못하게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박 위원장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이처럼 친이계가 들고일어난 것은 대통령 탈당 요구가 확산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대위 자문위원인 권영진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당이 제대로 태어나려면 대통령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다고 국민이 보고 있고, (김 위원의) 의견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대통령 스스로 (탈당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들은 “오늘 움직임이 사전에 조율된 것은 아니었다”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 한 의원은 “이 의원은 (김 위원이) 대통령을 건드리니까 거의 우발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차 의원도 독자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역시 탈당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은 원치 않는 분위기다. 친박계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 탈당 요구는) 당을 쪼개는 빌미를 제공하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통령이 나간다고 뭐가 달라지나. 김 위원이 신중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친이계는 당분간 집단행동을 자제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당내 분란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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