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첫 비핵화 양자회담]‘가문의 후광’ 만만찮은 北대표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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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아버지, 김정일 측근… 최선희, 최영림 총리 수양딸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이뤄진 인도네시아 발리의 웨스틴리조트호텔에서 국내외 취재진의 눈길은 북측 대표단의 두 사람에게 쏠렸다.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55)과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47세 추정)이었다.

이 부상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맡았던 6자회담 수석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북핵 회담의 핵심 인사.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첫 데뷔 무대인 이번 회동을 위해 그는 이번 주 초부터 중국 베이징에 머물며 사전 준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상은 북한 내에서 인정받는 대미 전문가이자 향후 북한 외교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는 외교관이다.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짐바브웨와 스웨덴 근무를 거쳐 초대 주영 북한대사를 지냈다. 그는 1994년과 2000년 북-미 회담에 참가하는 등 미국과의 각종 협상에 주요 멤버로 참석했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차석대표(참사)로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외교적 대응을 주도했다.

이 부상이 외무성 실세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아버지의 후광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망한 이 부상의 아버지 이명재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서실장 겸 당 서기실장을 겸임했던 김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였다.

최 부국장은 지난해 승진하기 전까지 6자회담 및 북-미 회담에서 북측 대표들의 통역을 전담해온 인물이다. 최영림 내각총리의 수양딸로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통역사 이상의 실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단순 통역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 중간에 끼어들거나 협상 상대방에게 비판의 말을 쏘아붙이는 등의 행동으로 주목받았다.

최 부국장은 김 위원장의 배려 덕분에 오스트리아와 몰타, 중국 등지에 특별 유학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이날 회동에 앞서 오전에 있었던 남북 실무자 간 비핵화 회담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기 위한 사전 접촉에도 나섰다. 앞으로 6자회담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할 협상 당사자임을 가늠케 하는 행보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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