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美여기자 2명 재판 이틀 앞으로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北-美, 풀릴까 더 꼬일까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이 4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기자 석방을 통한 북-미관계 개선을 점치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인질 억류 장기화로 북-미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단 북한 핵실험에 대응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어 이 사태가 부정적인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황이 꼬일수록 오히려 해법이 단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에서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가 재판이 끝난 뒤 석방돼 미국으로 귀환했듯이 미국 여기자 로라 링(중국계)과 유나 리(한국계)도 비슷한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긍정적인 신호는 북한이 미국 여기자 문제를 ‘선전’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가 미국 여기자들과 3월 30일과 4월 15일 두 차례 접견하는 것을 허용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두 기자가 미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원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많다.

여기자들이 소속된 미국 커런트TV의 공동설립자인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의 방북설이 솔솔 나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고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여기자 문제 해결에 청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기자 석방에 도움이 될지는 분명치 않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여러 번 밝혔다. 과거 북한에 잡힌 미국 인질에 대한 처리가 꼬이던 북한 문제를 푸는 돌파구였던 것과는 달리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