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뒷산 올라 촛불 바라보며 자책”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특별회견 이모저모

지난달 22일 대국민 담화에서 ‘쇠고기 파문’에 대해 사과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뼈저린 반성’이란 표현까지 써 가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인사말로 운을 뗀 이 대통령의 이날 모두발언에는 지금까지의 회견문과는 달리 감성적 표현들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먼저 “서울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10일 밤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랫소리도 들려왔다”며 당시의 복잡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 행렬을 보면서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면서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 보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촛불행진을 지켜보며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시위 현장에 갔다는데 어떻게 됐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어 그는 “돌이켜 보면 당선된 뒤 저는 마음이 급했다”면서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취임 1년 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뤄 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출발 초기 국정 운영에 ‘과속’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줄곧 이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 작성을 책임지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은 이번 개편에서 교체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날 회견문 작성은 김두우 정무2비서관이 주도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회견문 말미에서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인 만큼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저와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면서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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