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화” 실용주의…매케인 “동맹” 현실주의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 美 양당 대선후보 참모진으로 본 한반도 정책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18일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민주당 내 국가안보 분야 원로급 인사 13명을 만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자문했다.

눈에 띄는 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외교안보 분야 핵심 요직을 지냈으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모두 오바마 후보 자문단에 포함된 것.

캠프 내 외교안보정책자문그룹의 좌장 격인 앤서니 레이크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수전 라이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오바마 후보는 “경직된 이념에 집착하기보다는 미국 외교의 실용주의적 전통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 조직력의 오바마 캠프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오바마 캠프는 지난달 초 외교안보 자문단 발족식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오바마 캠프 관계자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캠프의 정책 자문에 응하고 있는 50여 명의 전문가가 처음으로 상견례를 하며 오바마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오바마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수립에 참여하게 된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사람은 데니스 맥도너 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외교정책 고문. 오바마 캠프의 ‘외교안보정책총괄조정관’ 직함을 가지고 있으며 아시아국, 유럽국, 중동국, 대테러국 등의 분과위원회를 관장한다.

아시아국은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소장이 맡고 있고 같은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동북아정책연구센터(CNAPS) 실장도 중국과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도널드 그레그, 토머스 허버드 등 전 주한 미국대사 3인방도 비공식 자문을 하면서 오바마 후보의 한반도 정책 입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념 상충하는 매케인 캠프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외교안보자문그룹은 ‘미국의 힘’을 구현하는 데 신중함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와 ‘위대한 미국’의 부활을 꿈꿨던 네오콘이 동거하고 있는 형국이다.

네오콘 그룹은 매케인 캠프의 수석외교정책보좌관인 랜디 슈너먼 이라크해방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케이건 카네기 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이 이끈다. 하지만 아시아 전략은 현실주의자로 불리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위원이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현실주의적 자문그룹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미 외교협회(CFR) 게리 시모어 부회장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흥미롭게도 매케인 후보는 네오콘적인 성향과 중도적인 국제주의자의 성격이 혼합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매케인 후보가 먼저 대략의 생각을 내놓았다.

마이클 그린 선임연구위원이 초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 정책’에 따르면 “한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것이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협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고 공동의 안보와 번영을 뒷받침하는 데 긴요하다”고 밝혔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북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하는 것이 미국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규정했다.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dictator)’로 명시했다.

오바마 후보 역시 핵 확산 등에는 단호한 대처를 강조하지만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는 단연 ‘대화’를 내세운다.

맥도너 외교안보정책총괄조정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나라라도 대화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전방위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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