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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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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취논의 대상인 류우익 실장과 어색한 조우
9일 오전 7시경.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아침 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安家)로 가고 있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인사 파행의 진앙이라고 주장한 박영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의 경질을 건의하고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상의할 참이었다.
이 의원을 태운 차량이 삼청동의 한 음식점 뒤편의 집 앞에 멈췄다. 비서가 초인종을 눌렀고, 이 의원이 ‘이상득입니다’라고 알리자 갑자기 부산해진 관계자들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이 의원을 안내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에 이 의원은 안가를 가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안가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의아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안에서는 이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벌써 아침을 들고 있었다.
류 실장 부부였다. 깜짝 놀란 류 실장은 “이 시간에 예고도 없이 무슨 일이시냐”며 맞았다. 이 의원이 대통령실장 관저를 바로 위에 있는 안가로 착각한 것이다.
역시 놀란 이 의원은 “실례했다”고 말한 뒤 원래 목적지로 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실장 관저가 워낙 오래돼 이 대통령 취임 전후로 손질을 했는데 그래서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약속 장소에 간 이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당초 계획대로 박 비서관의 경질을 제안했고 방금 전 만난 류 실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