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힐, 양자대화…북핵 불능화-테러지원국 해제 탐색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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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도착한 南-美-北 대표18일 열리는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왼쪽),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운데),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17일 각각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베이징 도착한 南-美-北 대표
18일 열리는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왼쪽),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운데),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17일 각각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과 미국 간의 양자 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유 추가 지원분인 95만 t은 물론 정치·안보적 보장에 해당하는 테러지원국 해제를 얻으려는 북한과 영변 핵시설 폐쇄의 여세를 몰아 연내에 불능화(disablement)를 달성하려는 미국은 17일 작심한 듯 오후 1시 반부터 4시간여에 걸쳐 세 차례 양자회동을 했다.

특히 6자 수석대표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함께한 오찬을 사이에 두고 첫 회동은 미국대사관에서, 두 번째 회동은 북한대사관에서 갖는 ‘교차 방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제1외교단지에 있는 북한대사관과 미국대사관은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과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 계좌 문제를 놓고 이틀간 대사관을 오가며 실무협상을 벌인 적은 있지만 오찬까지 함께하며 하루에 양측 대사관을 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1∼22일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한 지 25일 만에 다시 만난 ‘김계관-힐’ 협상라인은 핵 신고 문제의 핵심 쟁점인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북-미 양자회동에 대해 “정식 6자회담에서 공개적으로 껄끄러운 사안을 다루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비공식 만남을 통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것은 6자회담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힐 차관보는 협상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김 부상과의 회동을 마친 뒤 “내 생각에 우리(미국과 북한)는 같은 경기장 안에 있는 것 같다(in the same ball park)”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좋은 대화를 했고 지금으로선 명백한 장애물(show stopper)은 없다”고 해 북한이 이날 북-미 접촉과정에서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불능화 논의가 급진전했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은 이날 접촉에서 신고를 먼저 한 뒤 불능화하는 것이 좋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해 대상을 명확히 해야 불능화 대상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논리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속내는 2·13합의 이행의 단계를 나눠 그 단계마다 보상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초기 단계에서 시간을 허비한 만큼 신고와 불능화를 병행하자는 견해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이날 러시아, 일본과 잇달아 양자접촉을 하고 북한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한편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18일 오후 2시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6자 수석대표 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 등 현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베이징=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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