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조직다지기'…불심잡기 경쟁

  • 입력 2007년 3월 4일 2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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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달 들어 경쟁적으로 지방순회에 나서고 있다.

양측 모두 '민생탐방'과 '정책탐사'를 내세우고 있지만 방문 때마다 자신을 지지하는 직능 및 지역조직과의 공식·비공식 면담 일정이 많아 '조직 다지기'의 성격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선준비위 논의 결과에 따라 이르면 현행대로 올해 6월, 늦어도 9월경 열리게 될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당내 '세 싸움'에 들어간 양상이다.

지난달 2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목포와 광주 등 전남 지역을 찾은 박 전 대표는 4일 대보름을 맞아 부산을 방문한 데 이어 7일부터는 2박3일 일정으로 전주와 아산, 대전 등 전북·충청 지역을 찾는다. 박 전 대표가 대표 퇴임 이후 2박3일 일정으로 국내지역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또 다음주 이후 동해, 삼척 등 강원지역과 대구·경북 지역, 경기 지역을 각각 1박 이상의 일정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당심'의 우위를 주장해 온 박 전 대표 측은 "6월 경선을 염두에 두고 그간 공약으로 내세운 'U자형' 국토개발과 산업단지 개발, 교육정책 등에 대해 국민을 두루 만나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일정"이라며 "그러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 조직들과 틈틈이 만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원칙을 강조하는 특유의 '박근혜다움'으로 승부할 것"이라며 "이번 지방 방문 역시 누군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박 전 대표가 이제는 국민들과 직접 만날 때라고 판단해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제주를 방문했던 이 전 시장의 경우 5일 충북지역 방문을 시작으로 6일 대전, 7일 여수, 8일 광주 등 하루도 빠짐없이 지방 일정을 잡아 놓은 상태.

다음주 역시 강원, 경북, 경남 지역의 중소도시를 방문하며 '대국민 접촉면'을 넓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지역민심을 겨냥한 주민접촉과 민생현장 방문, 지역 당원들과의 방문을 두루 겨냥하고 만든 일정"이라며 "이 전 시장은 '민심'에서 우위가 주요 기반인 만큼 민심을 축으로 당심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우리는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 등 여타 후보들이 함께 갈 수 있는 그림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경제회생 비전과 국가발전 전략 등 준비된 정책의 이미지로 승부를 본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본격 경선전을 앞두고 '각 세우기'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손 전 지사는 직접 당내 지역조직을 구축하기보다 외곽조직을 통한 당내 세력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지사 측은 지난달 대구·경북과 강원, 부산, 경기 등에서 500명 규모의 외곽 조직이 잇따라 출범한 데 이어 이달 중 충남, 전남, 전북 등지에서 차례로 지역 조직이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은 정월대보름인 14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로 다른 불교 천태종 사찰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부산을 찾아 천태종 제2사찰인 삼광사에서 열린 '점등법회'에 참석했으며, 이 전 시장은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관문사로 천태종 총무원장인 정산(正山) 스님을 예방한 뒤 오후에는 천태종 본산인 충북 단양의 구인사를 방문, '불심(佛心) 잡기' 경쟁을 벌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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